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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트럼프 당선] 엔高 + TPP 재협상…아베노믹스 '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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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개입·통화완화 어려워 재정부양 압력↑"

뉴스1

일본 현지 신문 1면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소식이 실려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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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충격적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도입한 아베노믹스는 엔화 및 금융시장 변동에 취약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9일 트럼프가 승기를 잡자 일본 엔화가 급등했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하자 중국 및 영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떠올랐다. 공포감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에 몰렸다.

엔화가 뛰면서 일본 수출기업들의 이윤은 줄어들고 일본은행의 물가달성 목표는 요원해졌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6% 올랐다.

미즈호 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아베노믹스에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다. 거대한 정치적 장애물이 갑자기 아베노믹스의 앞길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무라 증권의 다카하시 야스히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결과로 내년 1월 일본은행이 추가 통화 완화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어떤 정책을 내놓든 위험이 항상 뒤따를 전망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매우 인기가 없는 상황이다.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아닌 일본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승리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래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일본 정부는 TPP가 일본 제조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또한 아베 총리는 TPP가 보호 업종 구조개혁을 가속화할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미즈노 증권의 우에노는 "TPP 재협상은 현재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이렇게 선택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불확실성이 세계 정책 틀을 에워싸고 있다. 트럼프와 러시아, 트럼프와 중국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종잡을 수 없다. 미·일 동맹도 다시 검토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9일 아사카와 마사츠구 일본 재무관(국제담당 차관)은 선거 결과로 외환 시장에 극심하고 투기적인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UBS 그룹의 아오키 다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달러당 95~90엔까지 급격히 오른다면 일본은 개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일본의 개입 필요성을 더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일본과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게끔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엔화 대비 달러화가 오르기 때문에 아베 총리도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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