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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단독] ‘대우조선 회계사기 묵인’ 안진회계법인 이사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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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5년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 책임자였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대표 함종호)의 배 모 전 이사가 구속됐다. 대형 회계법인 임원이 대기업 부실감사와 회계사기 개입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2일 대우조선 및 산업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 외부감사 때 중요 회계자료에 대한 검토·분석을 건너뛰고 이 회사의 회계사기에 가담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공인회계사법 위반)로 배 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수단 등에 따르면 배씨는 대우조선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은 배씨에게 “2013~2014 회계연도 영업비용 1000억원 이상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하면 장부상 영업이익이 실제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돼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대우조선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해마다 경영실적평가 양해각서(MOU)를 맺고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배씨는 대우조선의 회계사기를 알고도 감사를 부실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진 감사팀은 2014년 8~11월 대우조선에 대한 ‘실행예산(배를 짓는데 들어갈 것으로 예정되는 총 원가) 검토 워크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배씨는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이 실행예산을 이중장부로 관리하며 회계사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실사를 통해 규모를 파악하기는커녕 ‘적정의견’으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배씨는 또 일부 감사조서를 변조한 혐의도 있다. 그는 실행예산에 대해 적정의견을 준 게 뒤늦게 문제가 되자 실행예산 검토조서를 작성한 것처럼 꾸며 아무렇게나 끼워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2015년 6월 정성립 사장(66)이 취임 직후 빅배스(누적·잠재손실을 한 회계연도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 단행 방침을 밝히자 회계사기 흔적을 숨기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단은 이르면 이번주 안진 임모 상무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회계사기에 가담한 경위를 추궁할 방침이다. 임 상무는 파트너급(임원) 회계사로 대우조선 관련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한 총괄 책임자다. 이현정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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