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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럭키' 예상 밖 흥행…'센 영화'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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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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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럭키’가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나름 선방이라고 관측했는데 손익분기점인 180만명을 넘기고 500만명을 목전에 둔 큰 흥행을 거뒀다. 제목처럼 운도 따랐다. 기대작인 ‘아수라’가 고전해서다. 쟁쟁한 배우들을 한 데 모은 ‘아수라’는 259만명에 그쳤다. ‘럭키’의 흥행만큼이나 ‘아수라’의 고전은 뜻밖이었다. ‘아수라’가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는 평이나 보도도 쏟아졌다. ‘결말이 우울하다’ ‘무도(예능)가 독이 됐다’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정 장르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영화가 일부 장르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살인의 추억’(2003년) ‘올드보이’(2003) ‘추격자’(2008) 이후 범죄물, 수사물, 스릴러 등 표현 수위가 높은 ‘센 영화’에 편중돼 있다. 남자배우들의 배역에서도 확인된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형사 역을 한번씩 거친다. ‘극비수사’ 당시 김윤석도 “국내의 주연급 남자배우들 중 형사 역할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거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는 유난히 크고 센 영화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지난해 말 권력자들의 부패와 비리를 다룬 ‘내부자들’을 시작으로 외지에서 일어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그린 ‘곡성’ 두 여성의 금기된 사랑을 그린 ‘아가씨’ 좀비를 소재로 한 ‘부산행’ 등이 크게 흥행을 하면서-‘내부자들’ ‘아가씨’ 등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핸디캡에도- 센 영화에 대한 축적된 피로가 한계에 달했다. 그 직격탄을 ‘아수라’가 맞았다.

‘아수라’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야기나 만듦새가 허술하거나 장르적 쾌감이 부족한 영화는 아니다. 해외 평단이나 언론에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토론토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완벽한 범죄 스릴러 장르의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최근 미국에서도 개봉돼 “미국의 범죄 느와르의 야망과 홍콩 액션의 냉혹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센 영화들의 잇딴 개봉에 ‘아수라’는 폭력성 논란까지 휩싸이며 거부감을 일으켰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출연진이 겹친다는 점도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캐릭터가 다른데도 황정민과 곽도원의 캐릭터는 ‘사생결단’(2006) ‘신세계’(2013)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변호인’(2013) 속 캐릭터와 비교됐다. 보통 상업영화 한 편에 50억원(영화진흥위원회 2015년 개봉작 평균 제작비)이 든다. 수십억원의 돈이 드는 만큼 투자자들은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한다. 장르뿐 아니라 배우도 해당된다. 몇몇 배우들이 ‘소처럼 일한다’고 하는 데에는 시나리오가 일부 배우에게 쏠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배우들은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캐릭터가 없다고 하지만 관객은 디테일한 차이보다 눈에 보이는 유사함에 더 주목한다.

‘아수라’의 기세가 꺾이면서 비인기 장르의 영화들이 뜨는 것도 센 영화들에 대한 피로감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럭키’ 외에도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다큐멘터리 ‘자백’과 드라마 ‘죽여주는 여자’ 등으로 모처럼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가물에 단비처럼 나오는 멜로도 재개봉을 통해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터널 션사인’은 32만명으로 첫 개봉 때보다 2배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인생은 아름다워’ ‘500일의 썸머’도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최근 개봉한 멜로 ‘노트북’도 1주일 만에 5만명을 동원하며 멜로에 고픈 관객의 허기를 달랬다.

요즘처럼 현실이 답답한 때에는 무겁고 우울한 이야기를 꺼린다는 의견도 많다. ‘럭키’와 관련 주연배우 유해진과 배급사 쇼박스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억지 웃음 없이 편안하게 관객에게 다가간 것”을 흥행의 요인으로 꼽는다. 내달 개봉하는 코미디 ‘형’의 권수경 감독은 “세상이 각박하고 살기 어렵다 보니 영화를 통해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웃음을 통해 위안을 느끼는 것 같다. 코미디 영화가 때때로 삶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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