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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추락 링스헬기 조종사 '공간감각' 상실…최후까지 조종간 잡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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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결함, 정비 불량 없어…링스 헬기 다음주 운항 재개"

CBS노컷뉴스 이동직 기자

지난달 말 해군 링스 해상작전헬기 1대가 훈련 중 동해상에 추락한 사고는 조종사가 어둠 속에서 일시적으로 비행 상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조종사는 헬기 추락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은 27일 추락 헬기의 조종사가 해상 무월광(달빛이 없는 상태) 야간비행에서 일시적인 '공간정위 상실' 상태에 진입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추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간정위 상실(Spatial Disorientation)이란 조종사가 비행 상태를 확인할 기준점으로 삼을 외부 표식을 볼 수 없어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 속도, 비행 방향, 상승·하강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달이 뜨지 않는 밤이나 짙은 구름 속에서 외부 물체도 볼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조사 결과, 사고 헬기는 지난달 26일 밤 8시 57분쯤 이지스함에서 이륙해 수분 동안 400피트(약 120m)상공에서 비행하다 갑자기 상승해 약 30초 만에 1천피트 높이까지 올라갔다.

해군은 이때 조종사가 공간정위 상실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간정위 상실 상태에서 벗어난 조종사는 다시 헬기를 상승시키기 위해 엔진을 최대한 가동하면서 구조를 요청하는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

이때 조종사가 조종간을 밀고 당기며 헬기를 급상승시키는 과정에서 불안정해진 기체가 뒤집혀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해군은 추정했다.

사고 헬기는 추락 과정에서 메이데이 신호를 3차례 더 보냈다.

헬기 정조종사인 고(故) 김경민 소령은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수심 약 1천m 해저에서 발견됐다. 당시 김 소령은 안전벨트를 그대로 맨 채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헬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도 전우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 관계자는 "김 소령은 어둠 속에서 전우들을 살리고 헬기를 보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악전고투했다"고 말했다.

해군은 "추락한 헬기 기체에 관한 조사 결과, 엔진을 비롯한 장비는 추락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이번 사고로 전면 중단했던 링스 헬기 비행을 다음 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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