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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 문화계 성추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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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전반으로 성폭력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문단에서 박범신(70), 박진성(38) 작가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데 이어 SNS를 통해 미술계 클래식계 공연계 등에서 새로운 폭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폭로로 드러난 사연은 기성 예술가들이 레슨, 전시기회 제공 등을 빌미로 접근한 뒤 ‘갑을 관계’를 악용해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상습적으로 자행해왔다는 점에서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이에 문화계 전반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문단에서는 ‘네모’, ‘반복’ 등을 발표한 이준규 시인이 시 강좌 수강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문지문화원에서 열리는 한 남성시인의 강좌를 신청했다. 첫 강의가 시작되기 전 시인과 함께 단둘이 담배를 피울 일이 있었다”며 “‘너 섹시하다. 나랑 자서 네 시가 좋아진다면 나랑 잘래?’는 그 자리에서 그 시인이 한 말”이라고 폭로했다. 이에 이 시인은 트위터에 “기억나는 일은 아닌데 저의 지난 술버릇과 여성을 대하는 가벼운 태도로 보아 사실로 보는 것이 맞고 그러니 인정한다”며 “저의 가벼운 말과 행동으로 인해 무거운 치욕과 분노를 겪었을 분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진성 시인이 활동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박범신 작가는 최근 온라인으로 연재를 마친 신작 장편소설 ‘유리’의 출간을 무기한 연기했다. 문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사건 발생 후 1주일만인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SNS에 우리 회원과 조직 이름이 성추문과 한데 묶여 거명되는 사태를 지켜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며 “풍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엄중한 일”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조속하게 해당 회원들의 소명을 청취하여 절차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작가회의 정관에 따르면 품위를 손상시킨 회원은 소명절차를 거쳐 이사회 결의에 따라 자격정지와 제명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미술계에서도 함영준 일민미술관 큐레이터(38)가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로운 폭로가 나왔다. 25일 국립현대미술관 트위터 계정에서는 서울관에 근무하는 큐레이터 최 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미술관 측의 견해 표명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100건 넘게 올라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즉각 자체 감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밖에도 유명 작가 B씨와 A씨 등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폭로도 나왔다.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문화계_내_성폭력’‘#문단_내_성폭력’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성폭력을 폭로하거나, 피해자의 처벌 혹은 이들 작품의 불매운동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의혹이 불거진 작가와 문화계 인사는 20여명을 넘어섰다. ‘21세기문학’ 가을호에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을 고발했던 김현 시인이 트위터를 통해 “여성폭력 피해생존자분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함께 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증언과 사과와 처벌 이후를 생각하겠습니다”라고 의견을 밝히는 등 많은 작가들은 피해자들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향휘 기자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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