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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방사선 비상구역' 전국 원전 20~30km, 대전 원자로는 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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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방사성 폐기물 전국 2위지만…별 규제도 지원도 없어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전에 원자력 시설인 '하나로'가 있지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1.5k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원자력 시설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하나로 주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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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나 방호 물품, 대피로를 준비하는 구역을 말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현재 1.5km로 설정돼 있다.

그마저도 800m로 설정돼 있던 것을 지난해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에 따라 구역을 확대한 것이다.

국내 원전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기준을 강화해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을 기존 8∼10km에서 20∼30km로 3배 이상 확대했다.

연구용 원자로라는 이유로 규제가 너무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대전의 방사성 폐기물량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2만9천728드럼으로 고리 원전(4만1천398드럼)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1천699개(3.3t)가 보관돼 있어 사실상 도심 속 '방폐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

최근에는 원자력연구원이 연구 목적으로 방사능 누출 위험이 큰 손상된 핵연료를 부산 고리원전과 전남 영광 한빛원전 등에서 들여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손상 핵연료는 이송 과정에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손돼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1988년에서 2010년 사이에 7차례에 걸쳐 손상 핵연료를 들여와 실험을 진행하고도, 인근 주민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연구원 반경 2km 이내 대덕테크노밸리 아파트 단지 등에는 3만8천여명의 시민이 살고 있고 이 가운데 초·중·고 재학생도 7천여명이나 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광역자치단체장과 원자력 사업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협의해 최종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구역 내 방호·구호 물품 구비 예산은 해당 기초자치단체인 유성구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 핵연료의 손상 원인을 밝혀 원전 사업자와 운영자에게 알리는 국가적인 업무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규제와 지원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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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가 지난달 13일 대전 원자력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은 지난 19일 대전 서구 시청사에서 시와 5개 자치구가 모인 가운데 열린 '대전 원자력안전 종합대책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나면 원자력연구원 주변만 위험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대전역까지 10km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원자력 문제가 국가 고유사무로 돼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전혀 권한이 없다"면서 "대전이 원전 이상으로 많은 양의 핵폐기물을 갖고 있지만 관련 규정엔 지원을 받을 근거가 없고, 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민을 대피시켜야 할 의무만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원 이관엽 원자력방재실장은 "관련 법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온사이트 즉, 원자력연구원은 방재 예산을 연구원이 감당하게 돼 있고 그 외 오프사이트(방사선 비상 계획구역)에 대한 책임과 관할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하나로는 발전용 원자로와는 다르며 열 출력이 낮아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800m로 설정한 기준이 타당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의식이 높아져 국제 기준 등을 참작해 1.5km로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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