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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00년 만에 속살 드러낸 교황 여름별장 카스텔 간돌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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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만의 장소서 모두의 공간 뱍물관으로"…프란체스코 교황 결단

(카스텔 간돌포<이탈리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수 세기 동안 교황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던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카스텔 간돌포의 저택이 박물관으로 변모해 그 내부가 사상 처음 공개됐다.

교황청 산하 바티칸 박물관은 로마 남부 외곽의 소도시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 아파트의 내부를 대중에게 공개하기에 하루 앞서 21일 교황청 출입 기자단을 상대로 내부를 먼저 보여줬다.

2014년부터 예약자만을 상대로 외부 정원 등에 국한돼 선별적으로 개방되던 이 건물의 내밀한 실내까지 외부에 전면 공개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의 여름 별장 정문
(카스텔 간돌포=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이 21일부터 이탈리아 로마 남동부 외곽에 위치한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여름 별장 내부를 사상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2016.10.26



이는 이곳을 교황 전용 여름 별장으로 이용하는 대신 지역 주민과 관광객 등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하기를 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2013년 즉위 직후 역대 교황이 줄곧 거주하던 바티칸의 호화로운 아파트에 입주하는 대신 교황청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소박한 게스트하우스를 처소로 삼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빼어난 풍광에 호화로운 내부를 자랑하는 카스텔 간돌포의 여름 별장도 대중에게 돌려주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1596년부터 교황청이 소유하고 있는 55㏊ 규모의 대저택 카스텔 간돌포는 로마 남동부 호숫가에 있는 입지 덕분에 경치가 좋고, 여름철에 선선한 날씨를 보여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역대 교황의 여름 휴가지로 사랑받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즉위 이래 지금까지 3년 반 동안 공식적인 여름 휴가를 가지 않으며 카스텔 간돌포를 불과 2∼3차례만 찾았고, 그나마 이곳에서 자고 온 적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속살 드러낸 교황 여름 별장
(카스텔 간돌포=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역대 교황의 여름별장으로 쓰이던 로마 남동부 외곽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청 건물 내부가 21일부터 박물관으로 변모돼 대중에게 공개됐다. 2016.10.21



3층 규모의 'ㅁ'자의 건물이 안뜰을 에워싸고 있는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별장은 교황의 침실과 서재, 도서관, 교황이 미사를 드리던 예배당, 교황의 부속 비서실 등 내밀한 공간을 품고 있었다.

각 방에는 교황의 권좌와 책상 등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역대 교황의 초상화와 흉상,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과 조각상 등 종교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다양한 그림들도 벽면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잔잔한 알바노 호수와 야트막한 구릉 위로 주택과 나무가 어우러진 탁 트인 풍광이 펼쳐져 있었다.

연합뉴스

교황의 서재
(카스텔 간돌포=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1일 일반에게 공개된 카스텔 간돌포 교황의 여름 별장 내부에 있는 교황의 서재. 2016.10.21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세페 베르텔로 대주교는 "400년 넘게 역대 교황이 여름 더위를 피해 머물던 이곳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한 것에는 교회가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이 반영됐다"며 "역사와 풍광이 조화를 이룬 이곳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카스텔 간돌포 안뜰에서 박물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작은 음악회의 주인공으로는 중국의 광저우 가극단 전속 연주단체가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사람들을 통합하는 미(美)'를 주제로 한 이번 무대에서 중국 민속 악기와 첼로 등 서양 악기가 만들어내는 반주에 맞춰 중국 민속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중국 유명 서예가 취즈머는 거대한 백지에 자비를 뜻하는 '애인'(愛仁)이라는 한자를 붓글씨로 완성하기도 했다.

이날 교황의 여름 별장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의미 깊은 행사에 중국이 함께 참여한 것은 최근 수교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중국과 바티칸 사이의 정식 외교 관계 수립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연합뉴스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린 중국 전통 공연
(카스텔 간돌포=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1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의 여름별장이 박물관으로 변신해 일반에 공개된 가운데 중국 민속 음악단이 축하 공연을 펼쳤다. 2016.10.21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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