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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핀테크·생체모방·AR…삼성考試,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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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6일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시험인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전역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서 GSAT를 치른 응시자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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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수능'이라고 불리는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올해 GSAT에선 삼성그룹 신성장동력이 될 사업에 대해 예비 신입사원들이 얼마나 이해하는지 묻는 문제가 다양하게 출제됐다. 대체로 시험 난이도는 평이했으나 '시각적 사고' 과목에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항들이 포함돼 취업준비생들이 애를 먹었다. 역사 문제는 어렵지 않아 '암기형 인재'보다는 '논리형 인재'를 뽑으려는 삼성의 최근 채용 트렌드가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16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의 뉴욕 LA 등 해외 2개 지역에서 GSAT를 실시했다. 삼성 측은 고사장 수와 응시생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번 시험에만 취업준비생 약 6만~7만명이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GSAT는 주어진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다.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사고 △상식 항목 등 5개 영역 총 160개 문제를 140분 내에 풀어야 한다.

이번 시험에선 무엇보다 핀테크, 바이오사업, AI 등 삼성의 신사업에 대해 묻는 문제가 다양하게 출제됐다. 삼성페이(Samsungpay)로 삼성이 야심 차게 시작한 핀테크 사업에 대해 GSAT에선 '핀테크를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사회 변화는'이란 문항으로 우회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이 얼마나 삼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물었다.

서울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 이 모씨(26)는 "핀테크 기술로 인해 은행의 오프라인 지점 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보기가 제시됐다"며 "난이도가 높진 않았지만 삼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평가하려는 문항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갤럭시노트7에 적용된 홍채 인식 기술 등 생체모방 기술을 묻는 문항도 있었다. '생체 인식 기술의 사례가 아닌 것은'이란 질문에 대해 수험생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한 얼굴 인식으로 잠금 해제' '연구실 문을 열 때 손등으로 터치' 등 보기에서 정답을 골라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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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알파고와 딥러닝, 바이오시밀러, 증강현실(AR)에 대해 묻는 문제도 출제됐다. 즉 GSAT 문항에선 직접적으로 '삼성'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삼성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을 응시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삼성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역시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았지만 이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문제도 출제됐다. 수험생 강 모씨(29)는 "언어논리 과목에서 실패학과 관련한 문제가 나왔는데,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실패한 발명품들을 모아 전시하는 '실패박물관'에 대한 문제였다"며 "실패의 효과에 대해 물었는데, 최근 삼성의 갤럭시노트7 실패를 염두에 두고 출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GSAT는 "여러 과목 중 '시각적 이해' 과목의 난이도가 높았다"고 수험생들은 입을 모았다. 도형이나 조형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한 후 틀린 그림을 찾는 문항이다.

삼성전자 CE/IM 연구직 분야에 응시했다는 정 모씨(26)는 "3차원 형상을 그려놓고 다른 모형을 찾는 것이 많았는데 거의 차이점이 없더라"며 "시각적 이해 과목에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역사에서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한 최근 경향이 그대로 이어졌다. 이번 GSAT에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위화도 회군 등 동서양 사건의 시기를 비교하는 문항이 나왔다.

삼성은 SSAT로 불렸던 직무적성시험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GSAT로 바꿨다. GSAT로 변경되면서 시험 유형이 바뀐 것은 거의 없지만, 문항이 암기형에서 논리형으로 바뀌는 최근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달라진 점은 삼성은 기존엔 지원자 모두에게 SSAT 응시 기회를 줬지만 GSAT가 도입되면서 사전에 치러지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만여 명이 시험을 보던 SSAT에 비해 GSAT에선 6만~7만여 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임원·직무역량·창의성 면접 등을 거쳐 11∼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진호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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