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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영, 브렉시트에도 위기징후 없어…원인은 '파운드+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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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영국 경제가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후에도 예상과 달리 흔들리지 않는 이면에는 ‘독자적인 통화’와 ‘발달한 금융시장’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석달 이상이 지났지만 현지에서는 아직 뚜렷한 경제 위기의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WSJ은 영국 경제의 이러한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로 ▲고용율 ▲주식 시장 ▲국채 이자율 ▲주택 거래 ▲소비 등을 제시했다.

파운드화는 위기극복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통화 가치 하락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출을 지탱하고 수입은 줄이는 등 성장률을 유지하고 경기의 불씨는 꺼뜨리지 않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파운드화 하락으로 수출이 가파르게 늘지는 않아도 최소한 급감하는 것은 막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파운드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은 유로존 국가들은 결코 쓸 수 없는 ‘사치품(luxury)'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JP모건 체이스 은행의 앨런 몽크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자적인)통화는 (충격을 줄이는) 쿠션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통화 약세가 반드시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이 유로존 국가들과 달리, 독자적인 통화·재정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또 다른 강점으로 꼽혔다. 영국 재무장관인 필립 해먼드는 최근 브렉시트가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지출을 늘려 성장률이 쪼그라드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WSJ은 아울러 영국의 금융시장도 이러한 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정부와 기업들은 현지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 표시 빚을 조달할 수 있어 통화 가치 하락에도 부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개도국들이 자국 화폐 가치 급락으로 달러화 표시 빚이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의 데렉 할페니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 중의 하나는 통화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환율의 등락은 현재로서는 영국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앞서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행사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의 단기 파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일각의 평가를 부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사건(브렉시트)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브렉시트의 파장이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희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우리는 솔직히 무슨 일이 앞으로 일어날지 정확히 모른다”고 경고했다.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도 지난주 파운드화 급락을 브렉시트에 따른 전형적인 시장 동요의 사례로 꼽았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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