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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파운드 폭락의 희망…"내수 대신 브렉시트 충격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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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1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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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영국 파운드화가 지난 7일 아시아 시장에서 2분만에 단기 폭락한 것에 대한 해석이 아직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단 번에 급격한 가격 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다. 하지만, 파운드의 폭락은 영국이 EU와의 결별 충격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 한줄기 희망…수출경쟁력 제고 가능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인용해, '브렉시트를 결정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영국 경제에 가해진 가시적 문제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결정에도 영국의 노동시장은 유지되고 있으며 증시, 국채 시장은 상승세를 받으며 주택매매와 소비도 진행형이다. 다만, 파운드가 급락하며 브렉시트의 충격을 가장 크게 흡수했다.

달러 대비 파운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6월 23일) 이후 2거래일 동안 11% 폭락했다. 이후 지난주 갑작스런 붕괴까지 더해져 16% 떨어졌다.

외국의 관점에서 보면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결정 이전에 비해 1/6 작아진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프랑스에 밀려 경제 규모가 세계 5위에서 6위로 밀렸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고통이 파운드를 통해 실현되는 편이 높은 실업률을 통하는 것보다 낫다고 WSJ는 지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통화 약세는 한 국가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수출 확대로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단기적 관점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과 통화 급락은 금융 패닉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1967년 영국이 파운드를 미 달러에 페그한 상황에서 경제가 위축되면서 외국자본이 유출된 바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브렉시트가 발생한 현재 영국의 파운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애널리스트드들은 말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고정환율이었다면 (파운드가) 폭발했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 변동환율이라 천만다행…"장기 효과는 미지수"

변동환율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하나는 주식과 채권이 아니라 환율이 자본유출의 상처를 대부분 끌어안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현지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이다.

일례로 영국의 중소형 상장사를 모은 FTSE250 지수를 보면 달러 투자자들 입장에서 브렉시트 이후 13% 급락했지만 파운드 투자자들 입장에서 거의 4% 올랐다고 WSJ는 지적했다.

영국은 신흥국과 달리 강력한 금융시스템의 지지를 받는다는 이점도 있어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파운드로 쉽게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

통화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강화 신호는 올여름 제조업 반등으로 나타났다. 일본 닛산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파운드 하락의 가장 큰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닛산은 영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파운드 하락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은 파운드 약세로 비용이 줄면서 올 상반기 고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운드 하락이 브렉시트의 장기적 충격을 얼마나 상쇄할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또, 진짜 영국이 EU를 떠나고 나서야 실제적 경제 손실이 시작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알랜 몽크 JP모간체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단기에 완충적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에 강력한 지지세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파운드가 급락했지만 영국 수출은 유의미한 반등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초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지난 5년 동안 엔이 달러 대비 25% 밀렸지만, 수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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