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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리포트+] 그 많던 올림피아드 수상자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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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상 수상자인 한국의 ○○○군입니다. 수상 소감 몇 마디 나눠보겠습니다. ○○○군, 축하합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까? 제 예상대로 노벨상 수상이 목표인가요?

○○○군: 아뇨.

사회자: 그럼 더 큰 꿈이 있나요?

○○○군: 저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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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가상으로 구성된 것이지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의사를 꿈꾸는 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지난 8월 말 발표된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은 종합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7월에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우리나라가 만점자를 3명이나 배출하며, 미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죠.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는 지난 8년간 23개의 금메달을 땄습니다. 과학 분야의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발군의 성적을 거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성과지만 뛰어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국제대회 수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기초과학이나 공학 분야가 아닌, 의대에 진학했거나 의대 진학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 올림피아드? 의대를 위한 스펙!

과학고나 영재고는 대학 입시 철이 다가오면, 학부모와의 갈등으로 곤욕을 치르곤 합니다. 특성화고는 해당 분야의 국가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여서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습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이나 수업료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면, 기초과학과 공학 인재 육성이라는 애초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재학 중 받았던 장학금을 반환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장학금 반환이란 불이익에도 국제올림피아드의 각종 부문을 석권한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 상당수는 장학금을 학교에 돌려주고, 의대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매년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국제과학올림피아드를 지원하는 창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3년간 수상자의 20~40%가 이공계 학과가 아닌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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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엔 20%, 2011년 33%, 2012년 42%로 해마다 급증했습니다. 창의재단 측은 2013년 이후 수상자들의 대학 진학 정보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림피아드와 같은 국제 대회 수상 경력이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이른바 ‘스펙 쌓기’의 일부로 전락한 겁니다.

● 학생들이 의대로 가는 이유

학생들은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과학이나 수학 등의 기초과학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아도, 의대 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 의대 진학을 원하는 과학고 학생 ]
“공대를 나와 기술직을 선택하거나 순수 과학 분야의 연구원이 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보다 대우가 나쁘지 않나요? 의대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부모님도 의대에 진학해야 앞으로 안정적으로 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이공계생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니까...”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사십대 오십대면 정년퇴직한다) 등 현실을 풍자하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엄혹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대를 택하는 학생과 학부모만 탓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뛰어난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더해 이공계에 진학한 우수 인력들도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으로 빠져나가는 문제 역시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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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분야를 외면하는 현상이 여전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최근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 부문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에서만 지금까지 22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록을 달성했죠.

일본이 노벨상 강국으로 자리 잡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큰 밑거름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일본은 2050년까지 노벨 과학상 수상자 30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매년 1700억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수준이죠.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면 우리는 일본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죠.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노벨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일본 사회에 이런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
“적어도 20년~30년간 젊은 학자들에게 장학금이나 연구비를 제공할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과학연구가 실생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인식하면, 기초과학은 죽고 맙니다. 재정 상황이 어렵지만, 사회 전체가 기초과학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에 목말라하면서도 왜 우리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는지 우리 사회가 더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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