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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박진호의시사전망대] "마린시티 앞에 방파제? 무책임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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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송성준 SBS 기자,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방파제 높인다고 해도 해일 재난 막기 어려워
-부산시 해안 방수벽 설치…소용없어
-부산 앞바다 검조소 설치가 급해
-부산 앞바다, 해상 상태 체크 위한 관측기구 필요
-부산 해안가지역 고층 아파트 지하 주차장 없애야
-부산 연안가 건물, 美 플로리다처럼 1층 거주 막아야

▷ 박진호/사회자: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할 시점인데. 축제 분위기가 되어야 될 부산시가 올해는 말을 꺼내기 안타까울 정도로 태풍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부산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해운대 지역 초고층 아파트촌에 큰 피해가 났는데요. 태풍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재난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관련 취재를 하고 있는 부산의 SBS 송성준 기자, 또 관련 전문가인 부산대 정광효 교수님 모셔서 이어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SBS 보도국 송성준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송 기자 안녕하세요.

▶ 송성준 SBS 기자:

예.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태풍 취재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제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태풍 때는 10미터 넘는 파도가 밀려왔다면서요?

▶ 송성준 SBS 기자:

네. 그렇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10시를 전후 해 건물 3, 4층 높이의 해일성 파도가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해안 방수벽과 초고층 건물 사이는 불과 40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보니 해일이 덮치면서 주변 상가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가 입주민들은 당시 인도에 깔려있던 보도블록이 마구 날아와 유리창을 박살내고 다시 파도가 덮치면서 집기류를 쓸고 지나갔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해안도로를 달리던 한 벤츠 운전자는 해일이 덮치는 순간 차가 마치 종잇장처럼 맥없이 이리저리 휩쓸렸다고 하고요. 다른 운전자들도 차가 장난감처럼 움직이더라며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증언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예. 지금 말만 들어도 아찔한데요. 특히 많은 국민들이 놀랐던 게 마린시티가 침수됐던 장면이었는데. 지금 복구는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 송성준 SBS 기자:

사실 태풍이 닥쳐올 당시 SNS를 통해 마린시티가 침수되는 장면을 본 분들이 많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사람들은 마치 재난영화 <해운대>처럼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요. 지금은 복구가 한창입니다. 어제 둘러보니 상가마다 파손된 집기류를 끄집어내고 청소를 하느라 바쁘더군요. 도로도 긴급 보수 작업에 들어갔고, 해안가 인도 쪽은 파손 정도가 심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송성준 기자 취재하면서 보도를 보면. 태풍이 올 때 해안도로에 대한 교통 통제나 대피 안내 방송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을 하셨는데요. 맞습니까?

▶ 송성준 SBS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마린시티 안에는 초대형 주상복합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부촌인데. 이 안에 인구 5만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주민들은 그제 태풍이 들이닥칠 때 교통경찰이 외각 쪽에는 교통 통제를 했지만, 막상 마린시티 안에 있는 해안도로와 초고층 건물 인접 도로에는 도로 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안내 방송조차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멋도 모르고 길을 나섰던 몇몇 운전자들이 큰 봉변을 당했습니다. 자칫 인명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특히 이번에 피해가 컸던 마린시티. 이게 건물 이름이 아니고 해운대 특정 지역의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피해가 유달리 컸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 송성준 SBS 기자:

예. 마린시티는 그야말로 해운대 바닷가에 인접해 있는 지역입니다. 해안을 매립해 이곳에 초고층 건물을 지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1, 2위 건물이 이 곳 마린시티에 있습니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역시 해안가와 4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해안가를 따라 초고층 건물을 지었기 때문인데요. 바다 조망이 좋아 우후죽순처럼 초고층 건물이 잇따라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2003년 태풍 매미를 비롯해 태풍 볼라벤과 삼바 등 태풍이 올 때마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2012년 당시에 이미 방수벽이 설치가 돼있다고 하던데요.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건가요?

▶ 송성준 SBS 기자:

예. 이 방수벽의 높이는 1.2m입니다. 이번 태풍에서 보듯이 해일성 파도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이 방수벽이 당초 설계 높이보다 절반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주민들이 조망권에 문제가 있다며 높이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안전보다는 조망권을 선택한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재라고 볼 수 있겠죠.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이 대형 파도를 이번에도 겪었지만, 앞으로도 닥칠 일이기 때문에. 일단 방파제, 방수벽을 높여야 될 필요성이 제기가 되고 있는데. 비용 문제가 또 있다면서요.

▶ 송성준 SBS 기자:

네. 부산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마린시티에서 100미터 떨어진 해운대 앞바다에 해상 방파제와 완충 역할을 하는 호안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예산은 655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문제는 해안가 조망권을 무기로 막대한 개발 이익은 민간 사업자들이 생기고, 이처럼 재앙에 취약한 현실을 놓고 국민 혈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더구나 부촌의 안전 문제를 왜 시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비난도 직면해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난번에 송성준 기자가 다른 초고층 아파트의 문제점도 지적을 해주셨는데. 해운대 마린시티의 경우에 재난에 대비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재난이 임박했을 때의 대처도 문제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 송성준 SBS 기자:

네. 부산시의 대안처럼 해상 방파제와 완충 호안이 설치된다면 상당 부분 재난 피해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기후 온난화로 태풍의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는 추세고. 바닷가에 바로 인접해 있어 재난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렇게 바닷가에 인접해서 지역 때문에 사실 안전 대책도 미리 준비했어야 되는 것 같던데.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송성준 SBS 기자: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태풍 차바로 인해서 부산 마린시티 등 해안가 인접 지역의 피해 상황과 원인, 송성준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셨습니다. 2003년에 태풍 매미로 인해서 엄청난 해일 피해를 겪었던 부산인데. 아직도 이런 해양 재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던 분인데요.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의 정광효 교수님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정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네.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이른 아침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차바 때문에. 13년 전에 매미도 있었고. 지금껏 부산 지역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태풍이 20개가 넘는다고 하던데. 그 동안에도 대책 마련이 없었던 건가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대책 마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방파제도 건축하고 많은 방법이 시도가 있었지만. 어떤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다 방비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태풍이 오고 파도가 넘어오는데 방파제로 그런 자연현상을 다 막겠다는 것은 조금 잘못된 생각인 것 같아요.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만조까지 고려해서 만든 방파제와 해안 방수벽이 있다. 이런 게 부산시의 설명 같은데. 이게 지금 소용이 없다는 얘기인가요? 이번 피해를 보면 좀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보통 일반적으로 공학적인 구조물 같은 경우에 설계 조건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 설계 조건은 우리가 어느 정도의 파도 높이까지는 방파제로 막을 수 있는데. 그 이상을 넘게 되면 방파제로 그 이상의 파도는 막을 수 없게 되는데. 지금 어떤 설계조건을 넘어서는 파도에 대해서는 방파제로써는 막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피해를 보면 마린시티에 한해서 피해 상황을 보면. 어떻게 보면 거의 대피를 했으면 사람이라든지 상가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첫 번째는 무엇인가 하면. 파도가 월파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에 차량이나 사람이 대피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그러면 방파제 높이를 높이면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방파제를 어제도 기사를 보고 하니까 1.2미터를 높이겠다고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방파제를 1.2미터 높인다고 하더라도 월파는 생길 것이고. 또 조금 전에 기자 인터뷰도 보니까 앞에 부유식 방파제를 놓겠다. 100미터 앞에. 부유식 방파제를 놓는다고 해서 파도가 월파가 안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부유식 방파제나 잠제, 물 밑에 있는 방파제인 잠제 같은 경우에 긴 파도 같은 경우 막지는 못합니다. 특히 태풍이 발생했을 경우의 파도는 12초에서 15초 사이의 태풍인데. 그런 긴 파도들은 어떤 방파제 같은 부유식이나 잠제 같은 것으로는 막기는 힘듭니다. 사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그러면 해수면 관측을 미리 하는 검조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지적도 나오는데요. 검조소를 만들면 도움이 되는 건가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예를 들면 지금 태풍 차바 때문에 어제 해운대나 여러 부산 연안선에 피해를 입었는데. 지금 태풍 차바 때 파고의 높이는 얼마인지, 태풍 해일의 높이는 얼마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거든요. 그 이유를 보면 부산에서 검조소라고. 검조소는 조소의 높이를 재는 것이 검조소인데. 부산에는 영도다리 밑에 영도에 검조소가 하나 있고, 또 가덕도에 검조소가 있는데. 그것은 가덕도의 서쪽에 있기 때문에 부산시 연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리고 먼 바다에서 해양 기상 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다의 날씨를 측정하는 해양의 기상청이라고 하는 해양 기상 부이가 있는데. 2015년도에 울산 앞바다에 설치가 되었더라고요. 그 이전에는 포항 앞바다, 거제도 앞바다였었는데. 지금 현재 부산 앞바다에는 해양 기상 부이가 없습니다. 이제는 2015년도에 울산 앞바다에 설치했으니까 어느 정도 부산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한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부산 앞바다의 정확한 파고나 조석, 해상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부산 앞바다에 해양 기상 부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니까 이게 바다에 띄어놓는 관측기구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 게 있어야 미리 조짐을 예상할 수 있다?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그것을 가지고 예상을 하면 이미 늦긴 늦죠. 예를 들면 태풍 차바가 올 때 하루 전날부터 태풍이 온다는 걸 알고 있고 경로까지 예상이 돼 있잖아요. 그래서 일반 학교들 휴교를 했습니다. 그런데 연안가에 있는 주민들이나 사람들이 전혀 대피를 않고 준비를 안 한 거죠. 예를 들면 마린시티에서 연안 호안도로 같은 경우에 거기에 차들이 주차돼 있다든지. 또 상가의 사람들이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거죠.

▷ 박진호/사회자:

지금 미국 얘기를 해서 그렇지만. 플로리다 같은 경우 해일 피해 우려가 높은 지역에서는 아예 건물 1층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도록 하고. 지하 주차장을 안 만드는 원칙이 있다는데. 부산 연안 지역에도 이런 기준이 필요한 게 아닌가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그게 맞습니다. 연안가 부근의 건물과 육상의 건물은 설계 기준이나 건설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 부분이 전혀 제약 없이 똑같으니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 지역에 태풍이 왔을 때 침수가 만약에 1.5미터까지 침수가 예상된다면. 실제로 그 건물에서 거주구는 1.5미터 이상 높이면 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사실 부산시 같은 경우는 총 연안선의 길이가 450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각 지역마다 그런 파도나 태풍 해일의 영향이 다 다르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지역마다 어느 정도 분석이 되고 가이드로서, 지침으로서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결국 사전 준비,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씀인데. 앞서 송성준 기자가 얘기했지만 이게 막상 파도가 닥쳐왔을 때 교통 통제나 안내 방송도 없었다. 이렇게 지적을 했는데요. 이런 매뉴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네. 그게 사실 자연재해가 있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때 대비인데. 예를 들면 마린시티만 하더라도 저도 2009년도에 거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나서 첫 번째 방안 중 하나가 거기에 있는 차량을 대피하는 대피로와 대피 장소를 미리 준비해야 된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가장 확실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재 대책이 바로 대피거든요. 10년에 한 번, 2, 3년에 한 번 오는 것을 가지고 그 때마다 방파제를 높인다고 하면. 그것은 제가 보기에는 너무 일률적인, 너무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넓은 해안을 콘크리트 벽으로 다 쌓을 것인지. 제가 보기에는 그런 부분은 깊이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없애는 데에는 돈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대비를 잘 해서. 교수님과 이렇게 대책 관련해서 인터뷰하는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정광효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정광효 교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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