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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울린 ‘검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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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시의회 연단 오른 아홉 살 소녀 지애나 올리펀트

“의미 없는 피부색 때문에 살해된 엄마ㆍ아빠들…”

눈물 어린 차별 호소에 흑인 인권 새 아이콘으로

“왜 피부색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하나요.” 26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시의회 연단에 오른 9세 흑인 소녀 지애나 올리펀트는 눈물로 호소했다. 지애나는 “오늘 흑인으로 사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리고 싶다”며 “우리는 흑인이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눈물을 떨궜다. 외신들은 ‘9세 소녀가 인권에 대한 눈물 어린 연설로 미국 사회를 숙연케 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연단에 선 지애나는 “내게 아무 의미 없는 피부색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 게 싫다”며 “우리는 시위에 나설 필요가 없어야 한다. 당신들이 우리를 잘못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애나가 연설 도중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자 시의회 객석에서 “잘하고 있어” “멈추지 마”라는 응원이 터져 나왔다.

지애나는 울먹이며 “아빠와 엄마들이 살해당해 더는 그들을 볼 수 없고, 그들을 무덤에 묻어야 해 슬프다”고 말했다. 지애나는 “눈물이 나지만 눈물을 흘릴 수 없다”며 “우리 곁에 있어 줄 아빠와 엄마가 필요하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쏟아졌고, 가족들은 눈물범벅이 된 채 연단을 내려온 지애나를 꼭 안아줬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 주요 언론뿐 아니라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도 지애나의 연설을 앞다퉈 보도하며 전 세계가 인종차별 현실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전 국민의례를 거부해 흑인 인권 운동의 대명사로 떠오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 할 말을 잃었다”며 어린 소녀의 용기에 지지를 보냈다.

샬럿은 지난 20일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키스 러먼드 스콧(43)을 사살한 후 인종 차별의 새로운 메카가 됐다. 경찰은 당시 스콧이 총을 쥐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공개된 현장 동영상에는 그가 총을 지닌 장면이 분명히 담기지 않아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이어졌다. 샬럿 주민들은 이날 의회 회의에서 스콧 사건에 대한 시와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하며 시장과 경찰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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