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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초연금 줬다 뺏다니... 노인들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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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000여명이 592억원 반환해야

행정 실수… “왜 우리가 떠안나” 반발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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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공무원 출신 문모(71)씨는 지난달 말 ‘기초연금 과오 지급에 따른 환수안내 사전통지서’를 받고 크게 당황했다.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36만8,320원(월 8만원 상당)이 잘못 지급됐으니 해당 금액을 토해내라는 내용이었다. 기초연금제도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소득과 재산 수준을 따져 매달 최소 2만원에서 최고 20만4,010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제도. 문씨는 “처음부터 제대로 줬음 덜 억울 했을 것”이라며 “불명예 퇴직으로 다달이 퇴직연금이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다 쓴 돈을 돌려달라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26일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기초연금 과오 지급 환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씨 같은 기초연금 환수 대상자(퇴직 공무원)는 올해 8월 기준 4만7,084명으로, 이들로부터 환수해야 할 돈은 592억4,200만원에 육박했다. 1인당 평균 126만원씩 반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5,359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남(4,563명) 서울(4,396명) 전남(4,071명) 경북(4,03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확인을 거쳐 환수 대상자를 전국적으로 추린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모두 퇴직 공무원으로 애초 기초연금을 받으면 안 되거나, 일부만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 정보를 잘못 제공하면서 기초연금이 잘못 지급됐다. 공단 관계자는 “2014년 7월 기초연금제도가 변경됐는데, 공무원 관련 자료를 미처 그에 맞게 바꾸지 못해 생긴 착오”라고 해명했다. 2014년 7월을 기점으로 ▦이전에 신청한 퇴직 공무원(퇴직연금 일시불 수령자만 해당)은 소득과 재산을 따져 최대 10만원까지만 ▦이후 신청한 이들은 아예 못 받게 됐다. 문씨는 전자에 해당된다.

정부의 황당한 행정 실수로 갑작스레 환수 통보를 받은 이들은 지자체를 통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 시군구 관계자는 “잘못은 정부가 했는데 고통은 고스란히 본인이 떠안게 되니 불만이 컸다”며 “환수 대상자 중에는 퇴직연금을 택하지 않고 일시금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 파산자 등으로 전락한 이들도 더러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자체별로 환수 대상 통보 및 확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명연 의원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복지부는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정확한 기준에 기반해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36.5] 국민연금, 복지투자를 허하라[삶과 문화] 노년이라는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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