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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누가 서른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한자 수업에서 여성혐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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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28살에는 결혼을 하는 게 금메달이고, 31살이 지나면 누가 서른 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 그건 동메달이다.”

올해 1학기에 개설된 한양대학교 필수 비즈니스 한자 강의에서 교수가 한 말이다. 26일 오후 한양대 사회대 건물 1층과 한양대역 2번출구 앞 게시판에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담은 이 발언을 공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이 부착한 이 자보를 보면 해당 교수는 올해 1학기 수업 때 “대학원 가는 여자는 결혼 못 한다. 한양대에도 결혼 못 한 노처녀 교수들이 많다”, “여학생들은 3학년 즈음해서 복학한 예비군 오빠 잡아서 결혼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수업 중에 했다.

또 2학기에 들어서는 “요즘 사회는 여성 우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몇 백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해야 한다”라며 “남자가 밖에서 사업하고 일하면 술도 좀 마실 수 있는 걸 집에서 부인이 엄청 뭐라고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밖에서 돈을 벌어와도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고 찬밥 신세다. 여성 우위가 너무 심하다”라고 했다. 결혼을 했는지 여부로 여성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일반화하는 발언들이다.

해당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 마음이셨을까 생각이 들지만 ‘여자’와 ‘결혼’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발언들은 단지 그렇게만 이해하기가 어렵다”라며 “여성이 한 개인으로서 자아성취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결국 결혼으로 완성되는 존재, 남성을 만나야 완성되는 미완성의 존재로 여겨지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26일 오후 한양대 교내 게시판에 붙은 여성혐오, 성차별, 성희롱 발언 공개 대자보. /한양대 학생 제공


월담은 지난 8월부터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여성혐오, 성차별, 성희롱 발언에 대한 제보를 받아 해당 교수에게 직접 항의 메일을 보내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으면서도 교수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공개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의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던 해당 교수가 2학기 들어 또 유사한 발언을 하자 해당 수업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한양대는 리더십을 함양한다는 취지에서 학생들이 필수로 수강토록 하는 온라인 강의 헬프(HELP)에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담은 자료를 포함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5월 이미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문제가 됐던 헬프 강의에는 남성의 손이 반지함을 열어 반지를 보여주면 하이힐을 신고 치마를 입은 여성이 꼬았던 다리를 푸는 사진 등이 실렸다. 학교 측은 당시 “교육콘텐츠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수업에서 이같은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월담은 “제보자는 해당 교수의 수업 중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스스로 해당 발언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성할 것을 원하고 있다”며 “강의실에서 여성혐오, 성차별, 성희롱 발언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누가 서른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 관련 반론보도문

본 인터넷 경향신문은 지난 인터넷 판 9월 26일자 사회면에「“누가 서른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한자 수업에 여성혐오 왜?」제하의 기사에 한양대 교수가 “누가 서른 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문제된 발언을 한 바가 전혀 없고, 수업시간에 부모에게 고사성어에 따른 효도의 방법을 설명한 것이 마치 여성비하적 발언을 한 것처럼 와전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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