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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디지털스토리> '더위 끝=누진제 걱정 끝?' 겨울이 더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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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전력사용량 여름보다 겨울이 많아

올여름보다 더한 요금폭탄 우려

겨울 누진제 피해 저소득층이 더 심해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강현우 인턴기자 = 더위는 끝났다. 그러나 전기세 걱정은 끝난 게 아니다. 누진제가 존재하는 한 이번 겨울에도 지난 여름과 똑같은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전력통계에서 발표한 판매전력량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더 많은 전력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월평균 총 판매전력량은 약 3만9천396kWh다. 산업용과 주택용을 비롯해 일반용, 농사용 등 모든 대한민국에서 한 달 동안 쓴 평균 전력량이다. 여기서 절반이 넘는 양인 2만2천kWh를 산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이어 일반용이 21.5%(8천462kWh), 주택용이 13.7%(5천415kWh)씩 썼다. 이 셋이 전체 전력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가장 많은 전력이 판매된 달은 1월이다. 4만3천862kWh로 평균치에 비해 4천kWh 넘게 더 썼다. 다음으로 12월(4만2천716kWh), 2월(4만1천167kWh) 순이다. 월간 최다 판매전력량의 3위권 내가 모두 겨울철인 셈이다. 여름은 그 다음이다. 8월에 4만183kWh으로 다소 많은 양을 쓴다. 6월(3만7천187kWh)과 7월(3만8천804kWh) 모두 월평균 판매전력량 수치를 웃돈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판매전력량도 이와 비슷한 꼴이다. 가장 많은 쓴 달은 한여름철인 8월로 6천163kWh를 썼다. 그러나 그 뒤를 1월(5천949kWh)과 2월(5천846kWh)이 바싹 붙었다. 12월 역시 5천513kWh로 보통 이상의 전력을 썼다. 겨울 석 달 모두 평균 이상을 쓴 셈이다. 반면 6~7월 모두 평균 미만의 전력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월간 판매전력량 추이를 살펴보면 8월에 정점을 찍은 뒤 10월까지 꾸준히 하락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다음 해 1월이나 2월까지 주택용 판매전력량이 치솟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겨울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2월 5천563kWh에 시작한 겨울철 주택용 전력량은 이듬해 1월 5천957kWh, 2월 6천78kWh로 매달 상승했다.

계절별로 분석해 보면 어떨까. 최근 5년간 여름철(6~8월) 주택용 판매전력량은 1만6천450kWh였지만 겨울철엔 이보다 높은 1만7천308kWh까지 오른다. 겨울철은 전력 소모가 가장 적은 계절인 봄(3~5월)에 비해 10% 이상 더 많이 사용했다.

더군다나 겨울철 판매전력량은 거의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시작으로 5년간 겨울철 주택용 전력량을 분석해봤다. 그해 겨울 5천704kWh를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오르던 전력량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5천866kWh를 기록하며 3%가량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겨울철 누진제 피해가 가장 큰 계층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이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윤한홍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1∼2015년) 전기요금 할인대상별 월 전력사용량 및 전기요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평균 겨울철 전기요금은 여름철보다 40%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으로 따지면 매월 1만원 가까이 더 내는 것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전기담요나 전기난로 등의 전기난방기구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한전을 상대로 누진제 소송을 낸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저소득층은 난방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겨울철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누진제는 상시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요금"이라며 "항상 (전력 소모가 많은) 여름과 겨울이 닥쳐서야 이 문제를 인식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낸 누진제 소송은 다음 달 6일 판결 선고가 날 예정이다.

20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전기요금을 봄보다 두 배 이상 낸 가구는 모두 298만1천호로 집계됐다. 이중 8월 전기요금만 50만 원을 낸 가구도 24만 가구에 달했다. 정부가 한시적인 할인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나온 결과다.

한전은 끄떡없는 모양새다. 23일 한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2% 오른 6만원이었다. 이는 누진제 한시 완화를 발표한 지난달 12일의 5만9천200원을 넘어선 수치다. 또한 한전은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직원 1인당 평균 2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 이익은 10조9천억원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2천만원 중 절반은 급여성상여금 형식으로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이미 지급됐고, 나머지 1천만원의 성과급은 9월과 12월에 나눠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최근 5년간 여름철보다 겨울철 가정의 전력 소모량이 많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겨울에도 요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위가 절정에 달한 지난달 18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당정 태스크포스에서 약속한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다. 올 겨울이 지난 여름의 반복이 될지, 누진제의 변화가 일어난 첫 번째 계절이 될지 주목해야 할 이유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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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회에서 갑작스런 정전사태가 발생, 행사장이 암흑에 빠져있다. 이날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겨울철 난방수요 급증으로 전력공급 부족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전기절약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일대는 30여분간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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