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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치열한 격돌 예고하는 국감의 뜨거운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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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대회의실 주변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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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쟁점들과 함께 시작된다. 최근 발생한 경주 지진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한 굵직한 쟁점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청와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개입 의혹까지 터지며 여야의 공방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같은 정치적 쟁점 외에도 각 상임위별로 민생문제와 직결된 쟁점들이 포진하고 있어 16년 만에 맞은 여소야대 국회의 첫 국감에서 곳곳마다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최순실 증인 채택’ 여당서 강력 반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이들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나오고 있는 최순실씨는 국감 증인 출석 여부을 놓고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인물들이다. 10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진행되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관증인 72명의 명단에 우 수석의 이름이 일단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적으로 용인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해 우 수석의 국감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반면 야권에서는 우 수석의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우병우 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에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우 수석을 향한 야당의 공세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 청와대 국감은 10월 21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우 수석 외에도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출석도 주목을 끈다. 안 수석은 ‘서별관회의 청문회’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함께 가장 중요한 증인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서별관회의에서의 조선업 부실 및 구조조정 논의 외에도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개입하는 과정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 탓에 안 수석 역시 공방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에서 이번 국감을 ‘최순실 게이트’를 밝히는 쪽으로 총공세를 펼침에 따라 최순실씨를 둘러싼 비선실세 논란은 국감 기간 내내 격렬한 공방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9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씨를 둘러싼) 의혹들이 너무 많고 크며, 또 해명할 의지가 청와대와 관련 부처·기관에 없다고 판단해 당내 TF팀을 구성해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을 향해 공세를 지속할 것임을 공언했다.

이에 따라 야권이 최순실씨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일반증인으로 채택하는 데는 난항을 겪었지만 운영위에서도 일반증인 채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은 교문위 국감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최씨를 비롯, 관련자들의 증인 채택을 두고 여당과 협상에 나섰지만 여당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운영위 소속인 한 야권 의원은 “교문위에서 최씨를 증인으로 세우는 데 여당의 반대가 극심하니 운영위에서 여당 위원들과 협의해보는 방안도 추가하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하지만 증인 채택이 되더라도 (최씨가) 출석하지 않을 공산이 높아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의 ‘실세 의혹’ 외에도 여야가 국감에서 맞부딪칠 정치적 쟁점들은 산적해 있다.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와 북핵 문제를 놓고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국내 배치 문제를 두고 그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논의가 공전되어 온 데 더해, 여당에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자체 핵무장론과 같은 강경한 입장까지 등장하면서 쟁점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 이면합의 의혹 추궁

여당은 특히 강조하고 있는 안보 관련 이슈에 대해 군당국의 강력한 대처방안을 요구하면서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경북 성주 인근 골프장으로 거론되는 제3부지 주변의 주민 설득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이에 맞서 사드 국내 배치 반대여론을 앞세워 사드 배치 철회를 거듭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에도 사드 배치에는 여전히 반대론이 다수라는 점을 부각하며 국회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한편 야당은 한·일 정부 간의 일본군 위안부 협상 합의에 대해 날카롭게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는 대신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이면합의 의혹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 등재 예산 전액 삭감 문제 등이 외통위 국감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쟁점들 못지 않게 민생과 관련된 쟁점들에서도 여야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치열한 공방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 민생 관련 최대 이슈로는 안전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들마다 민생 쟁점 가운데서는 지진으로 촉발된 안전문제를 가장 우선해 공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북 경주를 중심으로 발생한 지진과 안전문제에 관련된 상임위는 두 곳이다. 지진대책은 안전행정위원회 소관이고, 원전 안전문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관이다.

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진 이후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 인접 지역이 영남권에서도 원전 설비가 집중된 지역과 맞닿아 있어 기존 원전의 안전성 점검과 함께 신규 원전사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요구도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안행위 국감에서는 여야 모두 지진 발생 당시 국가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재난문자가 지연 발송되는 등의 안전대응 미비에 대해 국민안전처를 질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과 직결되는 지역경제와 관련된 부분 역시 이번 국감의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다. 한진해운의 부실을 비롯해 조선·해운산업의 대규모 침체와 구조조정에 관한 내용이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청문회가 주요 증인이 출석하지도 않은 데다 관계기관과 기업의 자료 제출도 부실해 청문회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국감에서는 대우조선의 경영부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최근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 한 야당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역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을 보며 그 기업에서 일하고 있던 직원들과 주민들의 고통이 경영부실을 초래한 청와대의 실책 때문임을 밝힐 필요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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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원전 안전성 문제 집중 공세 펼칠 듯

야권이 ‘서별관회의 청문회’ 결과가 부실하게 나온 것을 국감에서 만회한다는 방침인 데 비해 새누리당은 조선·해운업종의 위기를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넘기는 정부의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위 소속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조선·해운업만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필요한 한계기업들은 경기민감 업종인지, 아니면 상시구조조정 업종이나 공급과잉 업종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져야 하는데, 정부와 업계가 아직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집중 지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현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법안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입장차는 명확하다. 여당은 이들 ‘경제활성화법’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경제활성화 대신 ‘경제민주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더민주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등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핵심적인 법안이라며 여당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여당이 개혁의 대상을 ‘노동시장’에 맞춘 데 비해 야당은 ‘기업’에 맞춘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 일각에서 나오는 상법 개정안 내용은 경기가 침체되는 등의 위기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게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선체 인양작업이 진행 중인 세월호 진상조사 문제 역시 이번 국감에서도 다시 한 번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당장 진행 중인 인양작업보다는 인양 후에 진상조사를 수행할 주체와 기간, 범위 등을 놓고 충돌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인양이 시작되기까지의 정부의 대처 등에 관해서도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밖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과 검찰이 반대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를 비롯해 최근 잇따라 불거진 법조비리를 막기 위한 법조개혁방안 등도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로 주목도가 낮아지고는 있지만 추경예산안 처리 당시 여야가 격돌했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또 한 번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인공지능, 방대한 국감자료 분석해 정책결정 도와줄까

“예전과는 달리 추석 연휴 지나서 바로 있는 국감이다 보니 부처나 기관에서 자료 오는 속도도 더디고, 또 자료가 와도 그걸 속속들이 다 들여다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한 의원실 보좌관의 말이다. 이 보좌관은 추석 당일을 빼고는 연휴에도 쉬지 않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해 국감에 대비하기 위해 밀린 일들을 처리했다. 산더미 같은 문서를 검토하며 문제점을 찾고 예상되는 쟁점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입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연휴 내내 의원회관의 불을 밝혔던 보좌관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안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을 수도 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덕택이다. IT는 물론 회계·금융·법률·무역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인공지능을 정치와 정책결정 분야에서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오픈코그재단이 개발한 정치·사회적 의사결정 지원용 인공지능인 ‘로바마(ROBAMA·ROBotic Analysis of Multiple Agents)’는 ‘로봇 오바마’를 지향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빅데이터 시대가 오면서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생산하는 정보와 자료도 급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들 자료를 모두 분석한 뒤 그 결과로 나오는 무수한 정책 의사결정의 경우의 수 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로바마와 같은 인공지능은 이 지점에서 도움을 준다. 무수한 데이터를 입력한 뒤 스스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데 따른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와 같이 정책을 평가하는 물음에 답을 하는 것은 물론, ‘저소득층 부모가 자녀들에게 최고 고등교육을 격려하는 방법은?’과 같이 필요한 정책 대안을 찾는 데까지 답을 줄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알고리즘은 ‘딥 러닝’을 하는 여느 인공지능처럼 복잡하지만 엄청나게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한 뒤 이를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한 분야에만 특화된 인공지능을 넘어 인간의 마음과 사회적 조건 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의 단계까지 개발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이 인공지능이 완성형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 인공지능에 대해 미래학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기존의 기계학습 시스템은 인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 복잡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지만 정말로 완전히 이해하고 분석하여 사회·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보조를 맞추려면 좁은 영역의 인공지능에서 인공일반지능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며 “현재 개발된 로바마는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시험적으로 도입될 계획이고, 이들 시스템이 더욱 발전함에 따라 활용하는 국가와 활용영역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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