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박진호의시사전망대] 역에 몰려든 日 야쿠자…몸수색하자 웬 필기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대담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 박진호/사회자:

세계 각지에 파견된 SBS 특파원들을 만나보는 글로벌 뉴스, 오늘은 도쿄로 가보겠습니다. 최선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네. 도쿄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일본 고베역이라고 하면 공공장소고. 또 시민들도 많고 시내 중심들일 텐데. 일본 조폭들이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고요.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두 야쿠자 조직이 사흘 전 고베역에서 맞닥뜨렸습니다. 일본 최대 야쿠자 야마구치파의 두목 시노다 겐이치 일행이 고베역에 도착하는 것에 맞춰서 야마구치파와 현재 갈등 중인 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들이 역으로 몰려왔습니다. 두 조직이 원래 같은 야마구치파로 한 조직이었는데 지난 해 8월에 고베 야마구치파가 떨어져나온 후로 1년째 아주 살벌한 보복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인데요. 어쨌든 양쪽 야쿠자 조직에서 출동하니까 당연히 깜짝 놀란 경찰이 현장에 출동을 했고. 일단 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들의 몸 수색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흉기 같은 것은 전혀 안 나오고 종이와 펜만 잔뜩 나왔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래요? 그것은 왜 그런 겁니까?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이 고베역에 도착한 야마구치파 두목 일행에게 잔뜩 몰려온 상대편 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들은 일본말로 ‘사인 구다사이’, 그러니까 ‘사인 해주세요’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사인받기 위해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는 것인데. 사실 시비거는 겁니다. 당신 아주 유명하잖아. 사인 좀 해줘 봐. 이런 정도의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경찰로서도 종이와 펜을 가지고 와서 사인 해달라고. 고함지르는 것만 가지고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느닷없이 조롱을 당한 야마구치파 두목 일행도, 더구나 경찰까지 출동해 있는 상황에서 사인해 달라는 시비를 그냥 못 들은 척 무시하면서 자리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장에는 일본 방송과 신문들도 대거 취재를 나왔는데. 일본 언론들은 사인해달라 소동. 이렇게 이름짓기도 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일종의 무력시위 같은데. 그런데 아무리 조직폭력배라고 해도요. 일본의 치안력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고. 더구나 공공장소인데. 이런 소동을 벌일 수가 있는 겁니까?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야마구치파와 고베 야마구치파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재 1년째 아주 살벌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일본은 이런 야쿠자들의 격렬하고 오랜 싸움을 항쟁이라고 다소 거창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과거 사무라이의 그런 시대에 대한 동경이랄까요. 그런 것들도 약간 포함되어 있지 않나. 이런 느낌까지 들게 하는데. 몇 차례 살인 사건을 포함해서 1년 동안 87건 정도의 보복 공격을 주고 받았습니다. 상대편 사무실이나 중간 보스급 집에 트럭으로 돌진하고, 혹은 총을 쏘고 달아나는 식인데요. 일본 경찰이 지금까지 1,000명 정도를 체포했지만 두 조직의 항쟁은 아직 그칠 기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일본의 야쿠자들 보면 말씀하신 대로 규모가 상당히 큰데. 일본 경찰이 지금 제대로 통제를 하고 있는 겁니까?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야마구치파 조직원이 28,000명 가까이 됩니다. 그 중에 7,000명 정도가 고베 야마구치파로 떨어져 나왔습니다. 2014년에 미국의 포츈지가 분열하기 전 야마구치파의 연간 수입이 8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0조 원 정도 될 것으로 주장했습니다. 각종 합법, 비합법 사업을 다 포함했을 때. 일본 경찰은 이것은 좀 과장됐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규모는 맞다. 이런 반응도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각종 불법적인 이권 사업뿐만 아니라 일부 건설과 유통 같은 합법적인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조직폭력배 수만 명이 이권을 놓고 살벌하게 싸운다.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실제 80년대 중반에 역시 야마구치파 분열에 의한 이른바 야마이치 항쟁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 때 29명이 숨졌습니다. 경찰과 민간인들 70명이 다쳤습니다. 그래서 일본 경찰도 1992년에 폭력단대책법이라는 것을 만들고 최근에는 5명 이상의 야쿠자가 상대 조직 사무실 근처에 서성거리기만 해도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의 범죄와의 전쟁 같은 대단히 특수한 조치와 상황. 이것은 아직 없었습니다. 때문에 뭐라고 할까요, 조폭이라고 해서 무조건 잡아들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 행위를 입증해야 가능한데. 때문에 일본 경찰은 각종 사기나 공갈 같은 죄행이 확인될때마다 관련자들을 잡아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써 말씀드린 고베역 사건, 상대방 두목에게까지 어떤 시비를 거는 그런 일이 발생함으로서 갈등은 더욱 살벌해지지 않을까 일본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일본 영화보면 야쿠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상이 반영된 거군요. 잘 들었습니다.

▶ SBS 도쿄 최선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도쿄 최선호 특파원이었습니다.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20대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현장 가보니 '씁쓸'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