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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집에서 손만 씻고 있어야 하나'…C형간염·콜레라·日뇌염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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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폭염이 감염병 세균·벌레 번식 유리한 환경 만들어

보건·방역당국 초비상…"손 씻고, 음식 익혀 먹고, 모기에 물리지 말아야"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독한 폭염 뒤끝 가을로 가는 길목에 각종 감염병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해 보건·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콜레라, 일본뇌염, 쓰쓰가무시병 등 여름·가을 감염병이 겹쳐 발생한 데다 의료기관을 통한 C형간염 집단감염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당국은 방역강화 등으로 감염병 확산방지에 애쓰고 있지만 뒤늦은 '사후약방문식 대응만 하고 있다'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 순창 C형 간염, 거제 세 번째 콜레라, 광주 첫 번째 일본뇌염

전북도는 순창군에서 인구수 대비 C형 간염 환자가 다수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불법 한방 진료와 치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 과정에서 C형간염에 걸린 것으로 도는 추정하고 있다.

순창보건의료원 측은 "고령 환자가 많다 보니 인구 대비 환자 수가 많은 것이지 집단 발생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불법 의료행위에 따른 감염 가능성이 있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 의원,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집단 감염사태가 이미 발생한 터라 불안감은 커진다.

경남 거제에서는 세 번째 콜레라 환자가 확인됐다.

15년 만의 국내 첫 콜레라 환자는 광주 거주자였지만 거제에서 게장, 전복회, 농어회 등 어패류를 섭취했다.

거제에 사는 두 번째 환자도 거제 인근에서 잡은 삼치를 냉동했다가 해동한 뒤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에서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다.

광주 서구에 사는 51세 환자는 지난 16일 고열과 경련 등 증세로 입원했다가 항체검사 등을 통해 지난 30일 일본뇌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40명의 환자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모기가 활동하는 10월까지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가 매개인 쓰쓰가무시병 등 열성 감염병도 일찌감치 '공습'이 시작됐다.

지난 29일 현재 올해 들어 발생한 쓰쓰가무시병 환자는 926명, 렙토스피라증 환자는 61명, 신증후군출혈열 환자는 23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쓰쓰가무시증은 2.6배, 렙토스피라증은 2.5배, 신증후군출혈열은 1.8배 수준으로 늘었다.

쓰쓰가무시증 등 환자는 90%가량이 9~11월에 집중되는 만큼 유행은 더 확산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결핵 신환자율도 10만명당 63.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라는 오명을 썼다.

지난달 이후에도 이대 목동병원과 고대 안산병원의 소아·아동 관련 병동 종사자가 결핵에 걸렸다.

지카바이러스 환자도 10명을 채웠다. 지난해 온 나라를 긴장에 빠뜨린 메르스 환자가 유입되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 "방역강화"…예방은 너무 큰 기대?

콜레라 환자가 이어진 경남도는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도는 해안 지역 7개 시·군에서 하루 두 차례, 나머지 11개 시·군에서 한 차례 방역하던 것을 이날부터 전 지역 하루 두 차례로 늘렸다.

보건소에서 주 2차례 횟집 수족관 물에 대해 콜레라균 검사도 한다.

도내 각 부단체장과 보건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영상 감염병 회의도 연다.

일본뇌염이 발생한 광주시는 동물축사와 물웅덩이 등 일본뇌염 매개인 작은빨간집모기 서식지에서 집중적인 방역활동을 하기로 했다.

자외선 등 발생램프로 해충을 유인해 박멸하는 친환경 해충유인 살충기 339대를 가동하고 추가로 259대를 설치하고 있다.

올해 여름 폭염 외에는 확산하는 감염병의 뚜렷한 원인을 내놓지 못한 채 추가 발생을 막는 데만 부심하는 모양새다.

한상수 광주시 역학조사관은 "손 씻기는 기본이고 음식을 익혀 먹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감염병 유행이 유독 많은 이유를 한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염병 중 세균이나 벌레에 의한 것은 계속되는 무더위가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 것이 유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방과 원인 규명 등 선제 조치에 미흡한 채 '사후약방문'식 방역 강화만 외치는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에 사는 김선영(51·여)씨는 "폭염이 물러서기만 기다렸더니 잇단 감염병 소식에 폭염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라며 "감염병 피하려면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서 손만 씻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진방, 김선경,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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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남 거제시 시보건소에 설치된 '설사환자 발생 비생대책본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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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에서 지역 어린이집 원아가 콜레라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씻기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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