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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낯설지 않은 이 만화… 딱 우리 가족 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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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소재 웹툰, 가족툰이 뜬다]

투닥대는 자매 그린 '과격자매단', 쌍둥이남매의 '못 잡아먹어 안달'

초보 유부녀 다룬 '부부생활' 등 가족 일상 코믹하게 그려 인기

누구나 겪어봤을 얘기에 큰 공감

입 냄새를 확인해달라며 혀뿌리에 댔던 손가락을 여동생의 코에 갖다대는 오빠가 있다. 아빠가 사온 과일 케이크는 동생이 집에 오기 전 과일 없는 그냥 '케이크'가 돼 있다. 경상도 쌍둥이 남매의 지지고 볶는 일상을 웹툰으로 살려내 2년간 인기리에 연재한 '못 잡아먹어 안달'의 한 장면. 이 웹툰은 내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웹툰을 연재한 포털 사이트 다음의 관계자는 "살가운 오누이 대신 환상을 깨뜨리는 현실적 살붙이의 얘기에 독자들이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남매와 자매, 부부 등 가족을 커플로 묶어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낸 '가족툰'(가족+웹툰)이 뜨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나 화려한 그림 대신 소박한 일상 곳곳에 유머와 공감, 가족애를 버무린다. 누구나 집 안에서 한 번쯤 겪어 봤을 에피소드를 그려내 높은 공감대를 형성한 몇몇 장면에는 '데자뷔 컷'이란 별칭까지 붙는다. 특징은 '대결 구도'. 지난 1월까지 네이버에 3년간 연재된 남매툰 '오빠 왔다' 역시 오빠와 동생의 하루를 견원지간의 소동으로 풀어낸 생활툰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정식 연재 전 제목은 '오빠 까는 만화'였다. 이 남매툰은 과격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폭언·폭력과 더불어 그 안에서 잔잔하게 출렁이는 혈육의 정을 통해 감동을 선사한다.

조선일보

남매와 자매, 부부의 일상이 웹툰으로 재탄생해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①·②네이버웹툰 ‘과격자매단’③다음 웹툰‘못 잡아먹어 안달’④네이버 웹툰‘부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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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보다 자매가 더 과격하다. 실제 자매가 그리는 자매 웹툰 '과격자매단'은 곱슬머리 언니와 단발머리 동생의 일상을 통해 숱한 여성 팬을 거느리며 세를 넓히고 있다. 조각 케이크를 몰래 훔쳐 먹거나 택배를 먼저 뜯어봤다는 이유로 투닥대는 자매의 일상을 그린 웹툰으로 정식 연재가 아닌 준(準)프로 대우의 '베스트 도전' 코너인데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2만명에 이른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웹툰에 매진하고 있는 바쉬 작가는 "자매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사건이라 소재가 화수분처럼 솟아난다"고 말했다.

일련의 가족툰은 모두 작가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신혼부부의 일상을 새댁 시점에서 그려낸 웹툰 '부부생활'의 소재는 결혼 1년 차 웹툰 작가 박선희(33)씨가 직접 겪은 일이 대부분이다. 신비감을 사수하기 위해 남편 앞에서 생리 현상을 참는 아내의 고군분투나 차리지 않던 아침상을 내밀어 부부싸움을 끝내는 '밥상 화해 작전' 등 초보 유부녀의 앙증맞은 서사가 생활을 담아낸다. 평점은 꾸준히 9.9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5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결혼 5년 차 신혼부부의 평균 출생 자녀 수는 1.05명. 1인 가구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가족 구성원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와중에 가족툰이 인기를 얻는 현상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 권혁중씨는 "점차 가족의 형태가 작아지면서 웹툰에서라도 시끌벅적한 가족의 판타지를 충족하려는 독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툰은 TV 시트콤처럼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짧은 단막극 형태다. 소재 고갈 염려도 덜하고, 따라가기 쉬운 짧은 호흡 덕에 웹툰 작가 지망생들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소설이든 영화든 입문할 때 가장 쉬운 게 자기가 직접 겪은 일상 이야기"라면서 "진솔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스토리가 너무 뻔해 성공하기에 만만한 장르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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