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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족들 몰래 유산 관리한 집사…사기범이냐 충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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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이인수 총장(64)의 부친 때부터 일가(一家) 재산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50대 집사’가 7년여 전 이 총장의 형제자매가 상속받는 과정에서 이들 몰래 각종 서류를 위조한 혐의가 들통나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2009년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은행 서울지점에서 이 총장의 아버지 이종욱씨(2009년 2월 사망) 명의로 된 예금인출서를 위조해 7차례에 걸쳐 5억7637만여원을 인출한 혐의(사기)로 허모씨(54)를 불구속 기소했다. 망자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허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총장 등 상속인들의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던 이씨 명의의 예금통장과 도장을 이용해 예금을 인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09년 8월 역삼동 한 사무실에서 ‘상속재산 협의분할 약정서’에 이씨 자녀 4명의 이름을 기입했다. 이어 “상속인들은 2009년 2월20일 사망한 이종욱의 상속인들인 바 위 상속재산을 균등하게 하기로 협의분할함”이라는 문구를 작성한 뒤 이들 이름이 적힌 도장을 임의로 찍은 혐의(사문서위조)도 받고 있다.

허씨는 이후 세무대리인을 통해 삼성세무서 측에 위조한 상속재산 협의분할 약정서를 제출했는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허씨는 사망 후 6개월 이내에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상속인들에게 부과되는 가산세를 회피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허씨의 불법행위는 미국에 거주 중인 이 총장의 누나가 아버지의 후계자인 이 총장을 사기·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검찰에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속 절차가 개시된 데 대해 한참이 지난 뒤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재산관리인인 허씨의 단독범행으로 판단하고 이 총장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총장은 혐의를 부인한 반면 허씨는 자신이 임의로 위조했다고 자백한 점이 형사처벌 방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허씨의 자백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사람도 있다. 허씨가 이 총장이 대주주로 있는 개인사업체 관리부장으로 근무해온 데다 그의 부친인 이종욱씨 때부터 일가의 재산을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판에 넘겨진 뒤 처음에는 국선변호인에게 사건을 맡겼다가 이를 취소하고 대형로펌을 새로운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때문에 허씨가 이 총장을 대신해 형사처벌까지 감내하면서 거짓 진술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교형·유희곤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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