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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17년 전 오늘…'킴기즈칸'의 꿈, 30여년만에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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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대우 채권단, 재무구조개선수정약정 체결…대우그룹 사실상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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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스퀘어/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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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허망한 꿈과 같았다. 40여개의 계열사, 재계 2위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한순간에 해체됐다. 무리한 경영확장과 부채가 원인이 됐다. 17년 전인 1999년 8월16일 김우중 전 회장의 대우그룹은 창업 31년만에 공중분해됐다.

김 전 회장은 대학을 마친 뒤 약 6년 동안의 회사원 생활을 접고 1967년 대우실업이란 조그마한 회사를 차린다. 그는 이 회사를 발판으로 사세를 확장시킨다.

그의 핵심 전략은 '수출 올인'과 인수합병(M&A)이었다. 대우그룹은 1970년대에는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공업 육성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다. 그는 회사 설립이후 10년간 제철화학, 자동차, 기계공업 등 여러 산업분야의 기업을 차례로 인수하며 회사를 늘려갔다.

1980년대에는 그가 만든 발판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수출사업을 시작한다. 김 전 회장은 냉전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자 재빨리 동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합작투자로 공장을 설립했고 당시 구소련 모스크바와 중국 북경에 지사를 설치하기도 했다.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등 김 전 회장은 닥치는 대로 투자하고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 팔았다.

김 전 회장의 사업은 1990년대 꽃을 피웠다. 그가 세운 대우상사,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등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1993년 대우가 내세운 슬로건인 '세계경영, 우리기술'은 이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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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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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는 1997년 기습한파처럼 들이닥친 외환위기도 피해가는 듯 보였다. 1998년까지 해외지사는 396개에 달했고 대우자동차는 소형차, SUV, 대형 버스 등 다양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됐다.

같은 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쌍용자동차도 인수하기에 이른다. 대우는 삼성을 제치고 재계 2위에 올랐다. 외신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본금 500만원을 25조원으로 만든 성공한 사업가로 징기스칸을 본따 '킴기즈칸'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의 기세는 금세 꺾이고 말았다. 그것도 한 증권사의 3쪽짜리 보고서 때문이었다. 노무라증권 서울사무소에서 일했던 고원종 부장은 같은 해 10월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는 대우의 닥쳐올 자금난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적어놨다. 이 보고서로 대우에 투자했던 외국은행은 물론 한국은행들까지도 채권 회수에 나섰다.

사실 대우의 위기는 쌍용자동차 인수때 이미 예견됐다. 부채비율이 400% 이상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작업을 펼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재계에 구조조정을 압박하던 상황이어서 대우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은 불가능했다.

김 전 회장은 회사를 하나 둘씩 매각하기 시작했다. 힐튼호텔, 대우조선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중재 아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맞교환을 통한 빅딜을 시도했지만 이 마저도 결렬됐다.

결국 김 전 회장은 1999년 대우그룹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제일은행 등을 포함한 채권단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같은 해 8월16일 대우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수정약정을 체결했다.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11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5년8개월간의 긴 도피생활을 마치고 2005년 입국한 그는 검찰조사를 받고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횡령 및 국외 재산도피 혐의로 징역 8년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의 형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07년 12월31일 대통령 특사로 사면됐고 추징금 중 약 887억원을 납부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999년 구조조정 당시 상황을 회고한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을 펴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에서 당시 자신이 김대중 정부와 맞서면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상세하게 서술해 정·재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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