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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은퇴시켜주세요"… 최고령 전북 소방헬기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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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이제는 늙어서 긴급 환자를 구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은퇴하면 안 될까요."

1993년 9월 일본에서 태어나 올해로 만 23살이 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20대는 '돌도 씹어먹을' 한창나이지만 기계야 어디 그렇겠습니까.

80세 넘은 노인의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듯 잦은 고장과 수리, 부품 교체 등으로 저 역시 정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신세랍니다.

자동차를 23년째 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쉽게 제 상태를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전북 소방헬기'로 일하는 저는 대형화재 진화, 인명 구조, 응급환자 긴급 이송 등 다목적입니다.

하지만 물탱크는 용량이 675ℓ로 3천ℓ인 경기도··경북도·대구시의 소방헬기와는 감히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이들 소방헬기의 5분의 1수준이다 보니 대형 산불이라도 나면 진화하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닙니다.

한 번 휙 뿌리고 나면 다시 물 공급을 받으러 '부리나케' 왔다 갔다 해야 하므로 초동진화에 실패해 아까운 나무를 더 태워 태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공간이 너무 좁아 다수의 긴급 환자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입니다.

10인승이기는 하지만 구조 장비와 이동용 침대 등을 놓으면 최대 2명만 탑승할 수 있어서 나머지 긴급 환자들을 그대로 놓고 돌아와야 하니 얼마나 비통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기종인 '18인승 헬기'가 부럽기만 합니다.

특히 소형헬기인 탓에 산악·해상·섬에서 갑작스러운 이상기류를 만나거나 강한 바람이나 기상 악화 때는 긴급 구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저를 운전하는 조종사의 '운명'이 매우 걱정되기도 합니다.

최근 3년간 한 해 평균 168번씩 인명을 구조하고 환자를 이송했습니다. 거의 이틀 걸러 한 번씩 생명을 구하는데 달려간 셈이죠.

헌 헐기를 줄 테니 새 헬기를 보내주십시오.

제 요청대로 소형헬기를 중형으로 바꿔주시면 대형 산불로부터 아름다운 산도 지켜내고 각종 재난과 사고로 생사를 오가는 국민도 살려내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저만이 아닙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30일 "소방헬기를 1대만 운용하는 전국 6개 시·도 가운데 전북 소방헬기가 가장 오래됐다"면서 "이대로는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가 1997년, 울산이 2000년, 충북이 2005년, 경남이 2007년, 충남이 2015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안전처장관에게 200억원대인 중형 소방헬기 도입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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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소방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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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전북 소방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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