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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60대 자격증 취득 4년새 2배… 은퇴 못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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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사이 50대도 45% 늘어

50대도 같은 기간 45% 늘어

男 지게차운전 女 한식조리 등 재취업 쉽고 정년 없는 분야 인기

“공급과잉 땐 현장서 또 밀려나… 노후 위한 사회안전망 늘려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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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에 사는 박모(59)씨는 정년퇴임을 1년 앞둔 지난해 38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자격증 취득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자녀들이 결혼 할 나이가 됐고 어머니도 모셔야 하는 입장이라 어차피 정년퇴임 후에도 일을 계속 해야 하는데,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자격증을 따야 경력이 쌓이고 월급도 오를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딴 뒤 6월 한 공사업체에 재취업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자격증 취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 교육과 결혼, 부모 공양, 노후 생계 등 은퇴 이후에도 쉴 수 없는 베이비부머들이 창업보다 안전하고, 취업도 수월한 자격증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인기 있는 자격증 쏠림 현상으로 인한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2016 국가기술자격통계연보’에 따르면 60대 이상 자격증 취득자는 2011년 3,101명에서 지난해 6,687명으로 대폭 상승(115.6%)했다. 50대는 2만6,307명에서 3만8,260명으로 45.4% 늘었다. 지난해 10대(16만3,019명)와 20대(26만6,851명) 자격증 취득자가 2011년 대비 각각 23% 감소, 22% 증가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수치다.

한국일보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별다른 경력 없이도 곧바로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은 비교적 재취업이 용이한 직종이었다. 남성은 지게차운전(50대 4,888명, 60대 이상 901명), 여성은 한식조리(50대 5,546명, 60대 이상 525명) 자격증이 각각 취득 순위 1위였다. 이외에도 주로 건설기계, 미용, 전기분야, 굴삭기운전기능사 등 취업이 보다 쉽거나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창업에 많이 활용되는 자격증에 응시생들이 몰렸다.

일단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하게 되면 대부분 정년 제한이 없다는 점도 자격증의 매력이라고 베이비부머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5월 산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모(58)씨는 “가정형편상 앞으로 10년은 더 일해야 한다”며 “주변 선배들이 경비원과 관리소장으로 재취업했지만 5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격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자영업을 시작할 경우 퇴직금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도 자격증 취득 급증의 한 요인이었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딴 한모(60)씨는 “정년퇴임 후 공인중개사나 옷 가게를 시작한 친구들이 임대료와 광고비 등의 비용 문제로 마음 고생을 많이 하는 걸 봤는데, 식당에 취업하면 초기 투자비용 없이 다달이 150만원 안팎을 받을 수 있어 퇴직금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자격증 취득 급증은 은퇴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은퇴 나이는 2014년 기준 남성 72.9세, 여성 70.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격증 포화 현상도 고민할 대목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자격증 취득자 수가 늘어나면 공급과잉으로 인해 인건비 상승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70대 이상 고령자는 자격증이 있어도 현장에서 점점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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