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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SK "반도체인재 뺏길라"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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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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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위한 야심 찬 행보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칭화유니그룹이 지난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기 위해 230억달러(약 26조원)를 제안한 것이다. 이는 미국 규제 당국의 제동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야심을 세상에 드러낸 계기가 됐다. 마이크론 인수 실패 이후 칭화유니는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 측에 지분 인수와 중국에 합작 반도체 라인 설립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칭화유니는 올해 초에는 웨스턴디지털에 투자하는 루트를 통해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를 간접적으로 인수하려 했지만 이 또한 미국 당국의 견제에 가로막혔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정부 지원하에 자체 메모리 기술력을 배양하는 데 역점을 두되, 해외 업체와 우수 인력 흡수를 호시탐탐 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장도 크고 이에 따라 수입도 많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1조2000억위안(약 200조원)을 기록하는 등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이 세계 정보기술(IT)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웨이퍼 수입액이 2300억위안(약 40조원)으로 원유 수입액을 넘을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 경제개발규획(2016~2020년)에 반도체 국산화 계획을 세우고, 2025년까지 모바일과 통신장비에 쓰이는 반도체의 각각 40%, 80%를 자체 생산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이번 칭화유니와 XMC 간 합병은 덩치를 키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반도체 중복 투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지난 16일 중국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JHICC)가 대만 2위 웨이퍼파운드 업체 롄화전자(UMC)와 함께 D램 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했다. 1기 라인 투자 규모는 370억위안(약 6조2000억원)이다. 2018년부터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6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JHICC는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XMC 또한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칭화유니까지 독자적인 투자를 할 경우 아직 기술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복 투자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의 합병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인력 유출을 염려하고 나섰다. 덩치가 커진 만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서 장비를 발주한 경험이 있는 인력이 최근 집중적인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들 인력은 공정 진행 순서를 잘 알기 때문에 중국이 새로 공장을 건설할 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 기준으로 D램 메모리 반도체는 1위인 삼성전자가 46.3%, SK하이닉스가 27%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양사가 70%를 넘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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