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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전국이 '벌집과 전쟁'…도심 진출 말벌 목숨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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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제거 출동 2013년 8만6천681건, 2015년 12만8천444건

"야외활동시 냄새유발 물질·화려한 옷 피해야"…외래종 대책 시급

연합뉴스

(전국종합=연합뉴스) 평년에 비해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벌집과 전쟁'이 한창이다.

전국 곳곳에 벌집이 많아져 벌 쏘임 등 관련 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봄철 기온 상승, 도시 열섬현상 가속화, 외래종 대처 미흡 등으로 전체적인 벌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도심도 위험하다…벌집 신고 큰 폭 증가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벌집 제거 출동은 2013년 8만6천681건, 2014년 11만7천534건, 2015년 12만8천444건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부산의 경우 지난 25일 금정구의 한 상가건물 2층 외벽에 말벌집 2개가 생겨 소방당국이 출동해 제거하는 등 7월 한 달간 접수된 벌집 제거 신고만 총 1천70건이었다.

경북에서는 올해 들어 총 2천673건의 벌집 제거 신고가 있었다.

6월에는 신고가 423건에 불과했으나 7월 들어 급증해 1천95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총 7천184건의 벌집 제거 요청 신고가 접수됐다.

1월부터 4월까지 수십∼수백건에 불과하던 신고 건수는 5월 1천37건, 6월 1천412건으로 늘더니 이달 들어 4천71건으로 폭증했다.

이밖에 강원, 제주, 인천, 경기, 전북, 충북, 광주 등 전국 단위에서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된 7월 들어 벌집 제거 요청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 벌 쏘임 속출…안면 마비에 심하면 사망까지

벌집이 곳곳에 나타나면서 벌 쏘임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독성이 강한 벌에 쏘이거나 폭염 등 외부적 요인 때문에 심하면 숨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16일 오전 7시께 경북 안동시에서 환경 정화 작업을 하던 유모(60)씨는 벌에 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마을주민 10여명과 도로 주변에서 낙엽을 치우던 중 땅벌집을 건드렸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에는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서 풀를 베던 정모(43)씨가 벌에 쏘여 숨졌다.

24일 오후 6시께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한 논에서 일하다 오른쪽 다리를 말벌에 쏘인 김모(64)씨는 안면 마비증상이 나타나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산이나 들에 갈 때 벌을 유인할 수 있는 화장품이나 향수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고 만약 벌침에 쏘였을 경우 체질에 따라 나타나는 증세가 다른 만큼 응급처치보다는 바로 119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전남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벌집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강한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과 밝고 화려한 계통의 옷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 소방본부 관계자는 "벌에 쏘였다면 벌침이 상처 부위에 독낭과 함께 남아있기 때문에 손으로 제거하지 말고 신용카드처럼 단면이 편평하고 단단한 것으로 긁어서 제거해야 한다"며 "핀셋이나 손으로 제거하면 독낭에 있던 독이 추가로 주입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말벌에 꿀벌 잡아먹는 외래종까지…대책 시급

벌에 쏘이면 심한 통증과 함께 홍반, 반상출혈, 부종, 물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물린 부위는 최대 15cm 이상 퍼지고 24시간 이상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전신발진, 호흡곤란, 구토, 쇼크 등으로 진행된다.

혈압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누운 채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특히 말벌은 덩치가 일반 벌의 배 이상이며 침을 한 번 쏠 때 나오는 독의 양이 일반 벌의 15배나 된다. 또 계속해서 침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쏘이게 되면 경우에 따라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어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각지로 확산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는 외래종 벌도 문제다.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 지역에서 건너온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은 번식력과 공격성이 토종 말벌보다 훨씬 강하다.

이 벌은 집을 큰 공 모양으로 여려 겹 짓는데 한집에 사는 개체 수가 토종 말벌보다 배가량 많아 벌집을 잘못 건드렸을 경우 집단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경북대 계통진화 유전체학 연구소 최문보 교수는 "벌집은 여왕벌이 초봄에 지어놓으면 그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이지 없던 벌집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봄 기온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면서 이 시기에 여왕벌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벌들은 도시 내에서 번식을 활발하게 하면서 사람들이 다칠 위험도 커졌는데 이는 열섬현상 때문에 벌들이 도시로 모여들기 때문"이라며 "녹지를 많이 가꾸자는 취지로 도심 공원 등을 많이 만드는 경향도 벌의 도시 내 서식공간을 확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래종 벌과 관련해 그는 "한국에서 등검은말벌이 2003년 처음 발견된 뒤 각종 피해사례가 끊이질 않았으나 관계 부처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이 벌은 꿀벌을 잡아먹어 양봉에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도시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위험성이 큰 만큼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헌, 차근호, 박영서, 고성식, 손현규, 최해민, 손대성, 임채두, 김형우, 전승현 기자)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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