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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저비용항공사, 노선 급증하는데…정비는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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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 유지 보수 이외 기체·엔진·부품 등 100% ‘외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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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급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늘어난 항공기를 점검하고 유지할 수 있는 정비 기반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LCC들은 현재 운항에 관한 유지·보수 이외에 기체와 엔진·부품과 관련한 정비는 100% 외주에 맡기고 있다.

LCC들은 노선 확장 경쟁에 따라 항공기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말이면 제주항공(26대)과 진에어(22대), 에어부산(18대), 이스타항공(17대), 티웨이항공(16대), 에어서울(3대) 등 6개사가 모두 100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CC들의 운항 횟수는 연평균 25%씩 급증하는 추세다. 국제선은 지난해 주 533회에서 올해 892회로, 국내선은 주 913회에서 975회로 증가했다.

그러나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진에어 항공기가 출입문 고장으로 이륙 30분 만에 회항했고, 그 전달에는 제주항공 항공기가 압력조절장치 고장으로 급강하하는 사고도 났다. 지난해 항공기 고장으로 인한 ‘항공안전 장애’는 전년 대비 94% 늘었다.

운항 횟수가 늘어난 만큼 정비 수요도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항공기 1대당 운항정비사를 12명 수준으로 확보하고 항공기 고장에 대비한 예비 엔진과 부품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달 출범한 에어서울을 제외한 5개사 모두 자체 정비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는 있지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간단한 정비만 가능할 뿐 항공기 정기검진 등 중정비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경우 모기업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 시스템과 인력을 지원받는 형식이고, 나머지 항공사들은 싱가포르·중국 등 외국의 유지보수정비(MRO) 업체에 항공기를 보내 주요 정비를 받거나 그곳에서 필요 부품을 조달한다. 문제는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없이 개별 LCC가 MRO 사업을 수행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비용을 절감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LCC들이 인건비 비중이 60~80%에 달하는 정비 서비스에 투자할 유인도 적다.

정부는 현재 민간·군수를 합쳐 절반이 넘는 항공 MRO의 외국 업체 외주 비중을 2025년까지 23%로 낮추기 위해 2년여 전부터 전문업체 설립과 연구·개발 지원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어 답보 상태다.

해외 MRO 업체들에 의존하며 LCC가 성장하는 것 역시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연 2조원에 달하는 국내 항공 MRO 시장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정비 등 총 정비비용의 80%를 외국 업체에 맡기고 있는 LCC 물량을 국내로 돌릴 수 있다면 생산 기반도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LCC 관계자는 “항공 모기업을 둔 LCC가 많다보니 정비단지에 대한 업계의 욕구가 크게 나오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MRO 산업을 키워야 국내 LCC들의 국내 정비가 가능해져 불량률이나 부품 조달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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