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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안전처 119소방센터, 수십억원대 무허가 장비 구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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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제품 전국에 70% 점유…업체 담합 의혹도

업자들 "정부, 전기인증도 받지 않은 무허가 물품 알고도 구매"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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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국민안전처 119소방센터가 전국에 감염관리실을 설치하면서 수십억원 상당의 무허가 의료기구용세척기기(장비세척기)를 구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기구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받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공개경쟁입찰에도 불구하고 동일 제품이 전국 70%에 달할 정도여서 관련 업체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감염관리실은 응급환자를 처치·이송하기 위한 각종 구급장비, 기자재, 들것 등을 살균·소독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08년부터 전국 소방서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사태에서 구급대원의 감염을 방지하고 구급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2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곳이다.

감염관리실은 장비세척기, 플라즈마 멸균기, 청소기, 자동분무소독기, 에어컴프레서(공기압축기), 냉난방시설, 오폐수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장비세척기는 주로 들것이나 주들것을 세척하는 것으로 구급활동 중 환자로부터 나오는 혈액이나 구토물 등 각종 바이러스 균을 살균하는 역할을 한다.

장비 제조업자 A씨는 뉴스1의 취재에 대해 "현재 전국 감염관리실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장비세척기는 의료기기에 등록도 안됐고, 허가 받는 제품도 아니다"며 문제 제기했다.

감염관리실에 들어갈 장비세척기 공장을 운영했던 B씨도 "정부가 물품으로 입찰 공고를 낸 감염관리실 내부 장비세척기는 애초 전기안전인증도 받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모델번호도 없고,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달물자 구매입찰을 통해 '감염관리실'을 일반경쟁을 통해 입찰한다고 공고하고 있다. 통상 감염관리실 내부의 장비세척기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그에 준하는 제조허가와 시험성적서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의료기기법은 제조하려는 의료기기에 대해 제조 허가 또는 제조 인증을 받거나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식약처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국민안전처 119소방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입찰을 통해 전국에 감염관리실 358개를 설치 또는 계약완료했다. 감염관리실 안에는 장치세척기가 구비돼 있으며 A씨는 "이 중 장비세척기 1대 설치 비용은 대략 2000만원(감염관리실 1개소 설치비용 8800만원)으로, 정부는 약 71억원 가량을 무허가 제품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감염관리실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의거, 전국 소방서별로 1개소 이상 설치하게 되어 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터진 이후 감염관리실 설치는 늘고 있는 추세다. 감염관리실은 지난 2008년부터 전국 소방서 207곳에 총 339개소가 설치된 상태며 올해까지 314개소가 추가로 설치될 전망이다.

국민안전처 119소방센터는 무허가 장비세척기를 구매한 이유에 대해 장비세척기는 세척용도로만 쓰이기 때문에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안전처 119소방센터 관계자는 "장비세척기는 소독이나 멸균역할을 하는 게 아니고 단순히 구급장비를 세척하는 장비"라며 "세척하는 장비는 의료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감염관리실 입찰제안 요청서에는 '장비세척기는 구급장비의 세척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하며, 자동 또는 수동 세척·소독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 정부가 입찰을 통해 구입한 문제의 감염관리실 장비세척기 기능에는 '세척'과 '소독' 기능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소독' 기능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B씨는"소독은 버튼만 있지 전혀 작동은 하지 않는다"며 "업체가 정부의 공고규격을 맞추기 위해'소독' 버튼만 설치한 것이다.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일한 감염관리실 장비세척기가 전국에 70%에 달할 정도로 입찰참여 업체들간 담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들어 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면 이 중 2개 업체는 서로 밀어주기 방식으로 담합을 하고 있다는 게 업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허가받지도 않은 제품 수십억원어치를 입찰을 통해 구매하게 됐을까.

B씨는 "정부가 애초부터 전기인증 자체를 받지 않은 장비세척기를 구매하며 눈 감아준 게 문제"라며 "기본적인 전기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조차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감염관리실 장비세척기 70% 가량을 동일 모델로 납품할 정도로 소방제품 제조업자들간 담합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문제가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안전처 119소방센터 관계자는 뒤늦게 "문제가 되고 있는 장비세척기를 식약처에 보내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시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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