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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과거엔 탄압하더니'…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SNS 여론 결집해 쿠데타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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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CNN 튀르크 트위터 캡처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거 탄압했던 소셜미디어와 민영 방송사를 이번엔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극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쿠데타를 시도한 군부가 전통 미디어인 국영 방송사와 위성 통신망을 포함해 교량, 공항, 의회 등 주요 '오프라인 시설' 장악에 힘썼지만, 쿠데타 개시 6시간 만에 막을 내린 사실은 이를 잘 반영합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N방송 등이 17일 분석했습니다.

터키 남서부의 에게해 휴양지 마르마리스에서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 선언 후 6시간 만에 아타튀르크 공항에 나타나기 전 아이폰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으로 터키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오전 12시 24분(현지시간)께 페이스타임으로 연결한 CNN 튀르크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군부에) 보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봉기를 시도한 세력은 군부에서 소수에 불과하다"며 "지금 앙카라로 복귀 중이며 (쿠데타는) 곧 진압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CNN 튀르크 방송 스튜디오에 등장한 아이폰 속 페이스타임 화면에 얼굴을 보였으며, 이 모습이 전파를 타자 지지자들이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터키 국민의 결집을 촉구하고 쿠데타를 모의한 세력에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들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쿠데타 세력 격퇴와 통제권 회복을 준비했습니다.

터키에서 인터넷이 불통이 됐을 때 터키 대통령실은 전 국민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명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전국에 보내 반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지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또 지역 이맘(이슬람 성직자)을 통해 '거리로 나가라'는 대통령 메시지가 전파되자 국민은 이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재확산하며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서 막판에는 전통 미디어인 TV 방송을 통해 쿠데타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알렸습니다.

군부가 처음으로 장악해 봉쇄한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다리에서 군인 수십명이 무기를 버린 채 손을 들고 투항하는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혔습니다.

터키 카디르하스 대학의 아킨 윈베르 교수는 "정부가 전통적인 수단과 21세기 수단을 흥미롭게 섞은 전략을 사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이목을 끈 덕분에 단시간에 지지자를 결집하고 공격적으로 쿠데타 세력을 격퇴할 수 있었다고 FT는 분석했습니다.

CNN 튀르크 방송국이 습격당하고 군부가 국영 방송사를 잠시 장악했을 때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군부는 국영 방송사를 장악해 여론전을 펼쳤지만, 파급력과 영향력이 큰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민영 언론사 활용은 과거 행보와 비교해 모순된 상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날 소셜미디어와 기술을 수년간 비난하고 탄압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위급한 상황에선 역설적으로 그것들에 의존해 위기에서 탈출했다며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3년 이스탄불과 다른 도시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을 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맹비난하고 공격했습니다. 악의에 찬 세력이 터키를 파괴하려는 데 소셜미디어를 선전 도구로 이용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그 당시 트위터는 에르도안 지지층이 얇은 중산 계층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았습니다.

터키 당국은 트위터상에서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민간인 수백명을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후 자신에게 비판적인 민영 방송사와 독립 성향의 미디어를 탄압했고 일부 언론사는 폐쇄·법정관리 조치했습니다.

터키 당국은 2014년 12월에도 야권 성향 언론사인 일간지 자만과 사만욜루TV 본사에서 대규모 체포작전을 벌여 회장과 편집국장 등을 검거했습니다.

터키 기자들 다수도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 등으로 체포되거나 투옥됐습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엔 소셜미디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난 15일 밤 시작된 '6시간의 쿠데타' 기간 소셜미디어로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민영방송사를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는 언론 평가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에 인터넷과 트위터, 독립 성향 미디어를 반(反)터키 의제를 지닌 기술·기관들로 믿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들이 쿠데타 음모자들을 겨냥해 어떻게 활용됐는지를 지켜봤다고 하레츠는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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