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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IM-100 돌풍, 팬택 ‘부활’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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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100 돌풍, 팬택 ‘부활’ 이끌어낼 수 있을까

· 1년 7개월 만에 새 스마트폰 출시… 통신유통시장의 벽 넘어설지 주목

“출시 3개월 전쯤이면 제조사들끼리는 서로 출시 정보를 다 알고 있습니다.” 이용준 팬택 마케팅 본부장의 말이다. 팬택이 신제품 ‘IM-100’(‘아임백’이라고 읽는다)을 공개한 다음날인 6월 23일, LG는 자사의 중저가 휴대폰 X캠(X cam)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삼성도 이에 뒤질세라 7월 4일 SK텔레콤을 통해 중저가 휴대폰 ‘갤럭시 와이드’ 출시를 발표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갑자기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IM-100은 팬택이 1년 7개월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6월 30일 공식 발매된 이 휴대폰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티저로 온라인에 공개된 CF도 화제를 모았다. 10년 전 스카이 광고 주인공이었던 배우 박기웅씨를 재기용했다. 당시 CF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푸시캣 돌즈와 버스타 리의 ‘Don’t Cha’ 노래가 들리자 침대에서 일어난 박씨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10년 전의 춤동작(이른바 맷돌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내용이다. 10년 전 박씨가 선전한 스카이폰은 SK텔레텍이 만들었던 폰이다. SK텔레텍은 2005년 팬택이 인수했다. 팬택이 LG를 제치고 국내 휴대폰 업계 2위를 차지했던 때도 이 무렵이다.

팬택은 두 번의 법정관리를 받았다. 기사회생. 팬택보다 이 말이 더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까. 해외에 매각될 뻔하다가 국내자본인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지난해 10월 인수했다. 올해 4월, 인수의 한 축이었던 옵티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다시 팬택의 운명에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팬택 측이 “옵티스의 지분은 4%밖에 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하며 논란을 가까스로 잠재웠다.

이번에 내놓은 IM-100 폰은 연말까지 3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월 30일부터 7월 초까지 주말에 내놓은 물량은 3만대. 이 물량은 7월 8일 현재 거의 완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준영 팬택 홍보팀장은 7월 6일 기자를 만나 “일부 언론에 보대된 초도물량은 실제 수치와 다르다”며 “수급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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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문지욱 팬택 사장이 서울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IM-100을 발표하고 있다. / 팬택 제공


초도물량 3만대 ‘완판’ 청신호

“아임백에 목숨 걸었잖아요. 제가 정준 회장이라고 해도 이게 잘 팔려야 다음 이야기가 되니. 팬택이 잘되니 제 마음도 흡족하네요.” 7월 7일, 기자와 통화한 전 팬택 협력사협의회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2년 전, 팬택의 워크아웃 종료 위기에 이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청와대 앞과 통신사 본사 앞에 선 이들의 플래카드에는 ‘팬택을 살려주세요! 팬택이 살아야 우리도 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 후 2년,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 망했습니다. 지금은 안 모입니다. 서로 어려운 것 아니까요. 안부전화나 하는 정도입니다.” 계속되는 그의 말. “그나마 팬택 납품 비중이 작았던 회사는 겨우 살아남았지만 대다수 협력사는 전체 물량의 60~70%을 납품하는 회사들이었거든요. 결국 대부분 50억, 60억원씩 부도를 맞았습니다. 얼마 전에 정부에서 ‘좀비기업’이라고 270개 기업 명단을 발표했잖아요? 그 명단에 대부분 협력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갑’이었던 팬택에 대한 원망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데 같으면 그 지경에 가면 서로 물고 물리면서 난리가 났을 텐데, 누구 하나 법적 대응을 한 적이 없어요. 정부나 통신사에 대한 원망은 많았지만, 결국 서로가 다 피해자니까….”

한때 국내 휴대폰 제조업 2위를 넘나들던 팬택의 사정은 왜 그리 급속하게 악화된 것일까. 2014년, 팬택 직원이라고 밝힌 한 블로거가 올린 글이 포털 네이버 메인에 등록되며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그의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통신업계의 구조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파는 제조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통사에 스마트폰을 납품하지요. (중략) 보조금 장려금 제도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폰은 폰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각각의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통사는 폰을 끼워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판매하지요. 최신단말기의 경우 69요금제, 89요금제가 아니면 팔지도 않습니다. 부가세까지 끼고, 24개월 약정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240만원을 들여 폰을 구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팬택의 위기’에 왜 통신시장의 구조가 거론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제조사는 절대로 제조사만의 경쟁력으로는 버티기 힘든 구조입니다. 이통사에 항상 목숨줄이 잡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통사가 케어해주지 않으면 제조사는 망하는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같은 제조사이지만 ‘절대강자’인 삼성과 계열사인 LG U+와 긴밀한 관계인 LG는 ‘밥벌이’를 할 수 있지만 팬택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결국은 빽도 없고 끈도 없는 팬택은 이통사가 싫다고 하면 끝인 구조입니다.” 결국 다시 통신사들과의 관계에서 ‘을’이었던 팬택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적고 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이 팬택 전 직원(블로그에 올린 글에 따르면 그는 올해 4월 팬택에서 정리해고됐다)이 위 주장의 근거를 다시 자세히 설명한 ‘출고가의 비밀’이라는 글에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이렇게 추정했다. “아마도 이통사들이 팬택을 버린 이유는 단통법에 있지 않나 싶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많은 보조금이 지급되기 어렵기 때문에 삼성이나 LG, 애플 등 고가폰 시장과 외산폰이 주류인 저가폰 시장으로 양분되리라고 본다. 이러면 팬택의 위치가 어정쩡해진다. 알뜰폰 시장이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향후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저가폰이 물밀 듯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 역시 팬택은 여기서도 어정쩡하다.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 후 2년. 이 누리꾼이 예측한 단통법 이후의 한국 사회 ‘전망’은 빗나갔다. 화웨이 등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저가의 중국산 휴대폰이 시장을 잠식하지는 않았다. 팬택이 이번에 IM-100을 내놓고 치고 들어간 공간이 바로 이 중·저가 스마트폰 영역이다. 왜 저가의 중국산 스마트폰들이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지 못했을까.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통신사들이 한국의 리테일 체인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미디어경영학 박사를 마치고 돌아온 강 소장은 자신이 독일에 있을 때 어떻게 삼성이 당시 잘나가던 노키아·모토로라 등을 제치고 ‘피처폰의 강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생생히 목격했다고 말했다. “독일은 소비자평가 잡지에서 평점을 매기는 것이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당시 삼성의 피처폰에 대해 이들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그게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이 유럽에서 잘 팔리는 것은 당시 삼성 피처폰과 비슷하게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는 ‘화웨이, 샤오미뿐 아니라 노키아 같은 회사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를 뿌리 깊은 통신사들의 리테일 시장에까지 이르는 밸류체인(value chain) 장악에서 비롯된다며 이런 통신사 전략이 과거 P&G나 유니레버와 같은 소비재 기업들의 ‘진열대 장악’ 전략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P&G와 같은 기업은 방송광고시장에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세제가 떨어지면 월마트 같은 곳에 가서 세제를 구입하지만, 이름까지는 기억 못한다. 월마트의 진열대에 가면 수백 개의 제품이 있지만 알고 보면 모두 다 P&G의 제품군이다. 즉 지상파 광고를 엄청나게 때리고, 진열대 매장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리테일 밸류 체인을 장악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유니레버가 취한 전략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방식으로 치약이나 생리대 시장을 다 장악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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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내놓은 신제품 IM-100. / 팬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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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몰락과 통신시장의 구조

강 소장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면서 이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는 이 진열대 장악 전략이 안 통한다. 100개, 200개 제품군은 사람들을 헷갈리게만 할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중요시한다. 한국은 어뷰징이 심하지만 아마존은 지나칠 정도로 댓글 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그러면서 밸류체인이 변한다. 시장에 새로운 진입자들, ‘뉴커머’가 기존 기업 제품을 제치고 카테고리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P&G도 최근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광고가 아니라 품질에 투자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가 보기에 여전히 ‘진열대를 장악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TV광고를 보면 결국 브랜드 차별 전략이다.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LG U+매장이 있고, KT, SKT 매장이 있다. 휴대폰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거기 진열되어 있고 업장에서 추천하는 제품을 선택하지, 거기에 없는 팬택 제품을 물어보는 것도 난센스다. 삼성 갤럭시폰을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갤럭시만 알고 가지 갤럭시A나 J와 같은 제품군을 알고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통신3사가 리테일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는 한 새로운 브랜드가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통신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한국 하드웨어 시장의 후진성’이라고 말한다.

이런 한국의 시장환경은 최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당장 휴대폰 제조사만 놓고 보면 이렇다. 우리로서는 ‘화웨이’나 ‘샤오미’ 정도만 알고 있지만 중국에는 수많은 고만고만한 휴대폰 제조사들이 난립되어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중국 이동통신사들도 한국처럼 약정을 걸고 판매하지만 가격은 다 공개되어 있고, 통신사 유심만 바꿔 끼우면 통신사 간 이동도 자유롭다. 흔히 ‘싼자이’라고 불리는 짝퉁 제조사들이지만 혹시 샤오미나 화웨이가 몰락하더라도 대체할 제2의 화웨이가 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다. 한국은? 피처폰 시대에는 삼성, LG, 그리고 팬택 이외에도 VK모바일, 스카이폰을 납품했던 세원텔레콤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 팬택이 망한다면 대체할 ‘제2의 팬택’이 없다. 기존의 이통3사 그리고 재벌기업 제조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독과점 구조에 기술혁신 기업이 자리할 구조가 없다는 것이다.

7월 1일 국회. ‘소비자를 위한 단말기유통법 개선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토론회였다. “세간에는 단말기 유통법을 두고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고 일컫는다. 사실이다. 통신3사는 2015년 3조69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는 2014년 1조9237억원보다 87%나 늘어난 금액이다. 반면 마케팅비는 크게 줄었다. 단말기 유통법의 영향으로 보조금 지출을 줄인 통신사들의 배를 불렸다는 말이 결코 헛소리가 아닌 것이 입증된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말이다.

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의회 위원장은 “한국의 통신 유통시장은 통신3사 담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형태이며 경쟁을 제한하는 체제”라고 단언한다. “이동통신 생태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역사가 벌써 30년이 되었는데, 전국에 판매업체가 몇 개인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국회의원, 기자, 방통위 직원을 만나 봐도 통신시장의 구조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통신사가 내는 홍보자료, 통신사 측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통신사의 논리가 그대로 유통된다.”

2014년 10월 제정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원래 취지는 이런 통신시장의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를 바로 잡고, ‘투명한 유통구조를 통해’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기존 통신3사가 좌지우지하던 시장에 관에서 들어와 칼만 휘두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 이익을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죽었다. 시장이 제대로 들어가려면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고, 흥정이 있고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다 사라졌지 않나.”

주장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시장에 여러 회사가 많은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며 “과거 팬택의 위기와 관련해서도 팬택이 어려워지니 손을 끊었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제조사가 망해 없어지면 기존 판매된 제품의 AS 문제 등 곤란한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제조사가 어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통법 실시로 통신3사만 떼돈 벌었다”

팬택의 과거 ‘실패’를 두고 스마트폰 시장의 대두를 예측하지 못해 몰락한 과거 휴대폰업계 ‘공룡’ 노키아나 모토로라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상당히 다르다. 2010년 피처폰 생산 중단과 전격적인 스마트폰 체제 전환, 2011년 LTE폰 출시 등 시장상황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왔다. “기술력이면 다 될 줄 알았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했다. 마케팅 전쟁에서 졌지, 기술전쟁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양율모 전 팬택 홍보담당 상무가 한 고백이다(그는 결국 한 통신사 홍보팀으로 이직했다).

“신제품 IM-100은 상처뿐인 영광을 뒤로 한 채 생환한 노병도 아니고 불사조처럼 부활한 영웅의 모습도 아니다. 많은 삶 가운데서 평범하게 함께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봐줬으면 한다.” IM-100이 공개된 6월 22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문지욱 팬택 사장이 한 말이다. 개발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떠나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많은 회사 선배분들게 미소를 드릴 수 있는 모델이기를 바랍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에 수많은 사연, 깊은 애원이 담겨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IM-100으로 부활한 팬택의 ‘제2 전성기’는 올 수 있을까. 이용준 본부장은 IM-100의 성패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스마트폰은 통신사를 통해서만 구할 수밖에 없다. “자급제폰 등 현재의 통신3사를 통하지 않는 시장에 공급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이 본부장은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코웍(co-work)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결국 성패는 통신사의 ‘혜량’에 달려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견고해져만 가는 한국 통신시장의 카르텔은 그대로다. 팬택의 몰락과 현재까지 겪고 있는 우여곡절은 어쩌면 기술혁신 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한국 IT생태계의 암울한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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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SKY폰 CF에 출연했던 배우 박기웅을 재기용해 화제를 모았던 IM-100의 온라인 티저광고. 7월 7일 공개된 본광고도 박기웅을 기용했다.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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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의 아이폰 TV광고, 팬택은 왜 안 될까>



7월 7일, 팬택 IM-100 폰의 본광고가 공개되었다. 역시 배우 박기웅씨가 출연한 광고다. 이 광고도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다. 이용준 팬택 마케팅 본부장은 “삼성이나 LG와 같이 큰 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렵고, 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광고보다는 10대에서 40대까지 온라인과 SNS를 타깃층으로 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7월 6일 기자를 만난 이 회사의 홍보팀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제한된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려면 선택과 집중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중 SKT와 KT만 출시하고 LG U+에서는 출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논리다.

같은 ‘코웍’이라고 하지만 팬택과 글로벌 갑 애플의 ‘처지’는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TV에서 광고를 한다. 그런데 이 광고들을 엄밀히 보면 조금씩 다르다. 같은 광고 뒤에 각각 다른 통신사 로고가 붙어 있다. 휴대폰 광고인 동시에 통신사 광고다. 이 비용은 누가 내는 것일까. “세세한 계약 내역은 상당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 알기 어렵다.” 광고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애플 광고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계약이 이뤄져 그게 다시 한국에서 로컬라이징되는 형식이다. 광고를 맡고 있는 회사 내에 애플 광고를 담당하는 조직은 다시 별도로 굴러가고 있어 정확한 속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다. 로컬라이징되는 광고의 경우 애플 측의 엄격한 ‘검수’를 통과하지 않으면 내보낼 수 없다는 정도가 밖으로 알려진 ‘사정’이다. 지난 6월 중순,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이 광고비를 통신사에 부담시키는 것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애플코리아 본사 등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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