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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잡풀 무성하고 나무는 죽어가고' 266억원 들인 흉물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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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미래지공원 준공 후 4개월째 방치…관리책임 미룬 탓

연합뉴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공원은 도시의 허파다.

도심의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고 피로한 시민이 마음껏 휴식을 취하며 원기를 보충할 수 곳이다. 잘만 조성하고 애지중지 관리하면 그 도시의 자랑거리가 된다.

그러나 공원을 만들어놓고도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세 흉물이 될 수 있다.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 오히려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옛 충북 청원군은 청주시와 행정구역을 통합하기 전인 2011년 11월 오창읍 오창저수지 일대에 대규모 농촌 테마공원을 조성했다. 미래지 공원이다.

청원생명축제를 열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농어촌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을 조성해 지역민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39만7천여㎡의 터지 국비와 지방비, 민간자본 등 무려 266억원이 투자됐다. 이 공원은 지난 3월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준공 승인은 지난달 29일 났다.

지난달 30일 공원을 찾았다. 공원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의 흉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찾는 일부터 혼란스러웠다. 미래지 공원이라고 새겨진 돌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을 뿐 입구 주변에는 특별한 이정표가 없었다.

공원에 들어서는 도로의 굴곡은 위험할 정도로 심각했다. 야간에 지리를 잘 모르는 운전자들이 찾았다가는 자칫 사고를 당할지도 모를 구조였다.

공원 내부로 들어가 보니 인도는 잡초로 우거져 있었다. 식수대 주변에는 사람 키 반만 이름 모를 풀이 자리를 떡하고 차지했다. 미간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공원 내 곳곳에선 4∼5명의 근로자가 동원돼 예초기로 무성하게 자란 잡풀을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원 내 수목 600여 그루도 생기를 잃어 볼품없었다. 한 눈에 봐도 고사 위험에 놓여 있었다. 지난 겨울의 혹한과 무심한 관리 때문으로 보였다.

시공사 측이 오는 10월부터 고사목들을 다시 교체해줄 예정이어서 한동안은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할 처지다.

화장실이나 벼 전시 체험관, 쌀 주제 체험 시설, 인공폭포, 전망대 등 여러 시설 역시 먼지만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지금부터 손을 봐 개선한다고 해도 교통접근성도 매우 떨어져 시민이 이용하지 않는 유령공원으로 남을 가능성도 우려됐다.

청주 도심에서 10㎞나 떨어져 있는데도 이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시내버스는 1대가 전부다.

미래지 공원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도 졸속으로 관리된 탓에 정식 개장도 못하고 5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청주시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2014년 7월 착공한 이 공원의 완공 시점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하지만 일부 시설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완공이 3개월 지연됐다.

이 공원 위탁사업자인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공사가 지난 3월 완료돼 청주시에 관리를 넘길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청주시가 시설 보완요구를 했고, 그동안 이 부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완공만했지, 전체적인 시설 관리감독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시도 미래지 공원 방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떳떳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시 관계자는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이상 모든 관리 책임은 농어촌 공사에 있다"며 "지난달 29일부로 준공 승인은 떨어졌고, 최종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며 떠넘겼다.

청주시는 공원 안팎에서 가드레일과 미끄럼 방지 포장, 교통 표지판 설치 등의 공사를 할 예정이다.

이들 공사를 마치는 데 1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원 관리부서를 시 농업정책과에서 공원녹지과로 이관하는 절차도 밟아야 하기 때문에 공원 개장은 빨라야 8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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