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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Science &] `초인 제조기`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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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공지능의 세계

스포츠에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생체역학, 운동생리학, 운동심리학 등 운동능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과거 운동 선수들은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작정 '산'에 올랐다. 이제 선수들은 몸에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구를 붙인 뒤 트레드밀 위를 달린다. 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는 훈련을 적용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보조기구로 인식된 운동기구에도 과학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1998년 개발된 '전신 수영복'이 대표적이다. 상어의 미세한 비늘을 모방한 전신 수영복은 표면에 존재하는 미세한 돌기가 헤엄칠 때 만들어지는 저항인 '와류'를 멀리 밀어낸다. 전신 수영복이 나오고 2년 동안 바뀐 세계 신기록은 130여 개.

심지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수영 종목 금메달 33개 중 25개가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의 차지였다. 세계수영연맹은 어쩔 수 없이 2010년부터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했다. 인간의 능력이 아닌 수영복 기술력의 차이가 신기록을 만든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가 간 자존심 대결과도 같은 축구의 경우 유니폼의 진화가 돋보인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 무게는 약 150g으로 깃털 수준이다. 몸에서 발생하는 땀을 빠르게 흡수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고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 선수들이 90분 내내 가벼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은 모세관 현상을 응용한 유니폼을 채택했다. 피부와 닿는 곳은 굵은 실로, 바깥쪽은 얇은 실로 제작해 인체에서 발생하는 땀을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흡수한다.

독일의 유명 완성차 기업인 BMW는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의 썰매 제작을 맡았다. 레이싱카에 적용된 설계를 본떠 앞날개 각도에 변화를 줘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 당시 대표팀의 봅슬레이를 영국은 슈퍼카를 만드는 맥라렌이, 이탈리아는 페라리가 제작했다.

과학기술 발달은 미래의 올림픽을 유전자 돌연변이 전쟁터로 만들지 모른다.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올림픽에 출전한 단거리 달리기 선수 상당수가 'ACTN3' 유전자의 변종인 '577R' 형질을 갖고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릴 때 근육 수축을 돕는 유전자다. 같은 체격과 운동신경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겨룬다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오랜 시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7번이나 메달을 딴 핀란드의 에로 멘티란타는 EPOR라는 유전자 변이체를 지니고 있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적혈구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산소 운반 능력을 25~50% 증가시킨다.

유전자가위 기술 발달로 인간 DNA의 염기서열을 선택적으로 자르거나 붙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미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DNA에는 운동 능력을 강화시키는 돌연변이가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 현재 기술로는, 이처럼 인위적으로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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