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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책사업 혈세낭비> '480억짜리' 김제공항 부지 배추·고구마밭 전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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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없다"는 이유로 158㏊ 2005년부터 방치

연합뉴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한때 국제공항을 꿈꿨던 전북 김제공항 부지(158㏊)가 배추밭·고구마밭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부가 공항을 짓고자 480억원에 산 이 땅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2005년 공사가 중단된 이후 줄곧 방치되거나 일부는 농민에게 배추밭으로 임대되고 있다.

곳곳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심지어 몰래 내다 버린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기도 하다.

소유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농민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임대료 수익은 고작 연간 1억5천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이자를 빼더라도 원금을 회수하는 데만 300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그래서 전북도민은 이 공항부지를 '황금 배추밭'으로 부른다.

세계로 뻗어 가는 활주로 대신 수백억 원짜리 땅에서 배추가 재배되는 데 따른 아쉬움과 자조가 뒤섞인 표현이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김제공항에 들어간 돈은 480억원(부지매입비 포함)으로 전체 사업비 1천474억원의 32.6%다.

공항 건설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김제시 백산면과 공덕면 일대에 길이 1천800m, 너비 45m의 활주로 1개와 보잉 737급 여객기 3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계류장을 갖춘 공항을 200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전주시-익산시-군산시-정읍시-완주군의 가운데 위치한 김제시가 지리적으로 전북의 항공 중심지 역할을 하기에 최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002년 부지매입과 함께 민간 건설사가 선정됐다.

도내 시민단체들은 '경제성이 없는 내륙공항'이라며 경제성도 없고 환경을 파괴하는 공항 건설 계획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감사원은 2003∼2004년 경제성이 충분한지를 따졌다.

조사결과 항공 수요가 과다 예측되고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자 감사원은 건교부에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2001년 김제공항 건설을 위한 실시설계 때에는 항공수요가 324만명에 달했으나 감사원의 재검토 결과 136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항 신설을 위한 항공수요 기준은 300만명이다.

결국 김제공항 건설 사업은 새만금과 연계한 군산공항 국제선 확장계획에 밀려 전면 백지화됐다.

그러면서 부지 역시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그럼에도, 건교부는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2007년 제3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에서 "김제공항은 항공수요와 지역사회·경제적 환경변화·국토정책을 고려하되 공공기관 이전 등과 연계해 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항공수요 등 여건이 맞지 않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 부지를 공항 대신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을 통해 '새만금지역 공항개발 추진과 연계해 기존 김제공항 개발사업은 부지 활용방안을 별도로 검토한다'고 명시했다.

새만금지구에 공항개발을 추진하는 대신 김제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을 폐지해 김제공항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제시도 그동안 공항부지에 '국가종자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줄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이건식 김제시장은 "애초 시민들은 공항건설을 원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항건설을 놓고 찬반 양측이 갈등을 겪었고 예산은 낭비됐다"면서 "효율적인 국토이용 측면에서 공항부지를 종자산업 클러스터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땅 소유주를 국토부에서 농식품부로 이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김제공항은 정확한 수요예측이나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주민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돼 결국 엄청난 예산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제공항 건설은 단순한 지역 성장개발 논리에 밀어붙이기식의 강압적 수단까지 더해졌으나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나 재분배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결국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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