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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위안부 기록 유네스코 등재도 가해국 눈치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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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위원들 "문화재청 '민간 추진' 의견에 여가부 관련 지원 예산 전액 삭감"

"'일본 비판 안 한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인해 정부 태도 변화 생겼다" 의혹 제기

여당 나경원 의원조차 "여가부 예산 삭감은 잘못, 오해 없도록 지원해야" 촉구

뉴스1

29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의 문화재청 업무보고에서 김병욱(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나선화 문화재청장에게 위안부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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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위안부 기록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도 가해국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야당 의원들은 29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의 문화재청 업무보고에서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지원과 관련해 "일본에 대해 국제적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인해 문화재청이 이전과 달리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문화재청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유관기관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기록물 등재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체결할 만큼 적극적이었으나, 최근 여가부에 '기록유산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데 명분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우선 김병욱 의원(더민주)은 이날 "정부가 내년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 등재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기록유산 등재는 주로 민간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게 받은 ‘추진 주체별 기록유산 유네스코 등재 현황’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기록유산 여러 건을 한국 정부가 주체가 되어 유네스코에 등재했다.

1997년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1년 등재된 승정원일기와 2011년 등재된 일성록은 문화재정이 각각 추진 주체였다. 또 직지(2001년)와 의궤(2007년)는 수원시와 청주시가 주체가 되어 등재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하여 등재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KBS 이산가족기록물'은 문화재청과 KBS가 힘을 합해 등재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기록유산 등재사업은 원칙적으로 개인, 단체, 정부 등 신청주체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 기록유산의 성격에 따라 정부, 민간, 혹은 정부와 민간이 같이 추진할 수 있다. 즉 추진주체에 대한 판단을 신청주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이지 민간만 추진할 수 있거나, 정부는 추진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국에서도 기록유산을 정부 또는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추진하여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사례가 많았다. 김 의원은 "일제의 만행인 위안부 기록 등재에서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와 달리 난징학살기록물은 2015년 중국국가기록원이 주체가 되어 등재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6년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지원예산 4억4000만원의 집행을 중단한 데 이어 2017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문화재청의 조언이 세계기록유산은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도 27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위안부 기록부 등재는 민간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27일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5년 10월 여성가족부 주최 관련기관 협의에서 참석기관 사이에 해당 사안은 민간주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공유가 있었는데 이를 여성가족부 장관이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여가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마치 기록유산은 민간이 하는 것처럼 논리를 제공하며 동조한 것은 정부 내 문화유산 보존의 최후 보루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위안부 기록 지원 예산 삭감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관련 예산 편성 등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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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박경미의원실에 제출한 문화재청 등 3자간 업무협약(2014. 4. 3) 사본©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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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박경미 의원과 조승래 의원도 "위안부 기록물은 잔인한 전쟁, 여성과 어린이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참혹한 성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소중한 유산"이라며 "이것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것도 가해국의 눈치를 보며 진행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재청이 2014년과 2015년 업무보고에는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를 2017년까지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두고 벌어지는 한중일의 경쟁과 역사 갈등을 감안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상황이 바뀌거나, 인식이 바뀌거나 해야 하는데 한일 위안부 합의 말고는 문화재청의 입장 변화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당 소속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여가부의 잘못으로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며 "예산 삭감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엄연한 사실인 위안부 기록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건 '국제적 비판을 못한다'는 위안부 합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문화재청이 똑같은 자세로 등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여러 교문위원들의 질타에 "민간단체에서 요청을 해오면 등재 절차에 관해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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