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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넓은 무대 가득 채우는 ‘작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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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발레 콩쿠르 대상 빛나는 발레리나 김희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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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김희선은 같은 단원인 강효형이 안무한 ‘요동치다’로 7월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무용수로 선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최근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국립발레단의 김희선(24)은 발레리나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키가 156cm로 국립발레단에서 가장 작은 무용수다. 대부분은 160cm 이상이고, 165cm 이상도 적지 않다. 보통 키가 비슷한 무용수들을 세우는 군무에서 그는 작은 키 때문에 함께하기 힘들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국립발레단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강수진 단장님이나 심사위원들도 제 작은 키를 우려했는데 솔리스트로서 자질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들었어요.”

그는 작은 키를 콤플렉스가 아닌 동기 부여로 받아들였다. “작은 키가 저를 항상 자극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더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키로 힘든 적은 있었지만 좌절한 적은 없었어요.”

어려운 집안 형편도 그를 괴롭혔다. 경기 의정부시 외곽의 집에서 서울 광진구 선화예술 중고교까지 매일 왕복 4시간씩 통학했다. 많은 학생이 방과 후에 개인 레슨과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일주일 정도면 닳아서 바꿔야 하는 토슈즈를 그는 아껴 가며 몇 달을 신었다. “집에선 발레를 하는 것에 반대가 많았어요. 가정형편도 좋지 않은데 공부나 하라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희망을 갖고 노력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인 2012년 서울 국제무용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던 그는 지난해 7월 연수단원을 거쳐 11월 정단원이 됐다. 그는 “발레단에 입단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게 돈을 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레단에 입단한 지 1년이 안 돼 아직 앙상블(군무를 추는 단원)급이다. 하지만 지방 공연과 각종 갈라에서 솔리스트급 이상의 단원이 맡는 주역을 잇달아 맡았다. 지난달 기획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돈키호테’에서도 주역을 소화했다.

헬싱키 콩쿠르 수상은 땀의 결과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콩쿠르를 준비했어요. 공연이 저녁 늦게 끝나도 바로 연습실에 와서 30분은 춤을 췄어요. 콩쿠르에 같이 참가한 전호진과는 휴일에도 연습실에 나와 연습했어요.”

그는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만 내게 기회가 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었다.

“해외 발레단 진출이나 수석 무용수 승급 등 목표가 있지만 저는 지금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행복해요. 발레단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꿈을 이룬 거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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