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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협력업체 근로자 또 당했다…이번엔 '황산 날벼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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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등 석유화학공단 정기보수 외주화 심각

"비정규직은 위험한 일 맡아 곡예하 듯 살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사고현장.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고려아연 황산 유출 사고로 다친 근로자 6명이 모두 협력업체 근로자로 밝혀지면서 기업의 외주화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28일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황산이 든 1m 높이의 배관을 잘못 열어 황산이 분사되면서 화상을 입은 근로자들은 고려아연 협력업체 H사 소속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7월 23일까지 앞으로 거의 한 달 정도 정기보수를 할 예정이어서 이들 근로자는 첫날 일을 하다 '황산 날벼락'을 맞았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주로 사고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석유화학기업의 정기보수 작업이 단기간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에는 이날 하루 일용직을 포함한 협력업체 근로자 190명이 정기보수 작업에 투입됐다. 정기보수 기간 투입될 협력업체 근로자 연인원은 2천780명이다.

고려아연에 자체적으로 정비팀 150명이 있으나 정기보수로 공장을 멈추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공장 가동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보수 기간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정유공장 등 석유화학기업들은 1년 또는 2년에 한 번 공정별로 한 달 정도씩 정기보수를 하는 데 많게는 하루 2천∼3천 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 중 일부는 일용직으로 갑자기 투입돼 공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안전교육도 철저히 받지 않아 위험을 내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도 한 근로자가 황산 배관 보수작업을 하면서 빈 배관을 열어야 하는데 황산이 든 배관을 열어 배관 속에 있던 황산이 갑자기 분출돼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인재(人災)로 확인됐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이런 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있었다.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과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역 정비 작업자 사고도 외주업체 직원만 희생됐다.

지난 4월에는 현대중공업 굴착기 조립공장과 도장공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숨졌다.

지난해 1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3명이 숨졌고, 4월에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배기덕트를 점검하던 3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지난해 7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서도 회사 측의 작업 감독 소홀로 폐수처리장 저장조가 폭발해 용접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숨졌다.

2014년 12월에는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 밸브 품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질식사했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위험한 일에 몰리는 이유는 대형 제조업체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러다 보니 공장 신·증설이나 정비, 보수, 배관, 용접, 도장 등 3D 업종에 주로 협력업체 근로자가 투입된다.

석유화학기업의 정기보수 작업에 투입되는 일부 근로자는 최근 경영난을 겪는 조선업종에서 일감이 없자 이동한 속칭 '물량팀' 근로자들이다. 물량팀이란 물량을 따라 움직이는 비정규직인데 배관과 용접공들이 많다.

조선업 배관과 용접업무가 석유화학기업과 비슷해 조선업과 석유화학업종을 옮겨 다니며 생계유지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김대재 협력업체 회장은 "조선업 협력사 직원들이 일감이 떨어지면 석유화학단지의 보수작업에 많이 투입되는 것으로 안다"며 "비정규직은 생계를 위해 주로 위험한 일을 도맡아 곡예하 듯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leeyo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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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황산 누출 사고 수습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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