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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다시 거리에 선 이유,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노숙농성’ 세월호 유가족 하루 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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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강제 종료’에 항의…청와대 길목서 농성 시작

경향신문

참아도 흐르는 눈물 27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 강제해산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자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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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지킬 게 많아서 좋겠다. 우리는 지켜줘야 할 애들이 다 하늘로 갔어.”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오전 11시쯤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향하려고 했다. 정부의 세월호특조위 강제 종료 시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유가족들은 세월호특조위 활동기한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25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행은 쉽지 않았다. 출발 직전 경찰은 이들이 깔고 앉기 위해 가져온 비닐 깔개를 압수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유가족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한 유족은 “이렇게 (질서를) 튼튼하게 지킬 거면 아이들 좀 살리지…”라고 외쳤다.

유가족들은 우여곡절 끝에 11시30분 청와대 방향으로 걸음을 뗐다. 이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 “특별법을 개정하라”고 외쳤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쓴 노란빛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경복궁역을 지날 즈음 최영준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들을 수 있도록 힘차게 함성을 지릅시다!” 유가족들은 크게 함성을 질렀다. 박병우 4·16연대 운영위원은 “가족들이 알고 싶은 건 사인 박근혜씨가 아닌 공인 박근혜 대통령의 일곱시간”이라며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보고체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외쳤다.

정오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가족들은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해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유족 홍영미씨는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진실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며 “국민들은 다 아는데 저 푸른 집에 계시는 분은 왜 모르십니까”라고 외쳤다. 일부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다시 돌아온 농성장은 차양막이 없어 마치 찜질방 같았다. 곳곳에서 햇빛을 막기 위해 노란 우산을 펼쳐들었다. 눈을 찌푸리던 유가족들을 웃게 만든 건 경찰에 연행된 유가족 4명이 풀려났다는 소식이었다.

경찰에 연행됐던 두 명이 오후 2시30분쯤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전날 농성장 그늘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해 붙잡혀갔다. 다른 유가족들이 두 사람에게 두부를 한 모씩 건넸다. 농성장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오후 5시 시민들과 함께 농성장에서 닭개장을 나눠먹었다. 유가족을 격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준비한 음식이었다.

유가족들은 오후 7시 4·16합창단의 노래로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합창단과 함께 ‘동백섬’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 한 소절이 농성장을 휘감았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후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또다시 거리에 섰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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