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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법무사·중개사, 아파트 등기 관련 '뒷거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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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법무사회 28일 불법 리베이트 근절 결의대회

연합뉴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부산에 사는 A씨는 최근 해운대에 있는 대형 고급 아파트를 18억원에 샀다.

아파트 등기를 아는 법무사한테 맡기려고 하자 공인중개사 표정이 싹 달라졌다. "우리랑 거래하는 법무사가 있다"고 했다.

A씨가 자신이 아는 법무사를 고집하자, 공인중개사는 법무사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했다. 법무사 수수료 130만원 중 일정 금액을 얘기했다. 법무사는 "돈을 줄 이유가 없다"고 거절하다가 결국 30만원을 건넸다.

B씨는 지난달 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

잔금을 치르고 등기 얘기가 나와 "삼촌이 법무사다. 삼촌에게 등기 업무를 맡기겠다"고 했더니 공인중개사는 "곤란하다. 우리와 거래하는 법무사에게 맡겨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B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등기 업무를 부동산업소에 일임했다. 불법 리베이트가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부 법무사 사무소가 '영업 사무장'을 내세워 아파트 등기사건을 소개받는 대가로 공인중개사나 금융기관 대출상담사에게 건당 수십만원의 리베이트를 주고 부당하게 사건을 유치하고 있다.

이런 리베이트 관행은 이미 부동산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고, 공인중개사나 대출상담사들이 리베이트를 요구해 이런 관행이 굳어졌다고 했다.

부산법무사회는 자체 조사 결과 영업 사무장들이 공인중개사나 대출상담사에게 주는 리베이트가 매매금액에 따라 건당 10만∼15만원 정도되고, 심지어 등기 수수료 절반을 주는 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10억짜리 아파트 등기 수수료를 80만∼90만원 정도니까 40만∼45만원이 리베이트로 건네지는 셈이다.

법무사회는 지난해 부산에서만 이런 불법 리베이트 규모가 1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부산 공인중개사들이 당국에 신고한 실거래 건수가 19만 건인데, 이 중 10만건에서 건당 10만원의 불법 리베이트가 오간 것으로 계산해도 100억원이라는 거액이 나온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대부분 공인중개사가 지정하거나 소개하는 법무사에게 등기업무를 맡기기 때문에, 법무사회 측은 이런 불법 리베이트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법무사들은 공인중개사에게 리베이트로 건넨 돈을 만회하려고, 채권할인 비용을 부풀리거나 수수료를 법정 금액보다 더 받아내 시민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법무사회는 전했다.

부산법무사회는 공인중개사나 대출상담사의 리베이트 요구에 응하지도, 돈을 주지도 않기로 했다.

리베이트를 준 법무사나 사무원은 등록·승인취소 같은 중징계를 내리고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리베이트를 받은 공인중개사와 대출상담사도 형사고발하고 국세청에 부당이득금을 받은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부산법무사회는 28일 오전 10시 부산지법 5층 대강당에서 소속 법무사 463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 리베이트 근절 자정결의대회와 대토론회'를 연다.

정성구 부산법무사회장은 "대토론회와 자정 결의대회를 열어 부조리 근절 의지를 모으고,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방안을 실천해 서민 피해를 막고 어지러운 법무사 시장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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