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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임기 절반 남았는데… 마음은 중앙정치 '콩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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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도지사, 대선 곁눈질]

- 뚜렷한 대선 주자 안보이는 與

남경필, 4년重任 개헌·천도 주장… 원희룡, 틈만나면 道政 성과 홍보

- 문재인·안철수 대안 찾는 野

박원순 "분권형 개헌" 다시 목청, 안희정 "연말쯤 대선 출마 발표"

- "시·도지사들, 너무 앞서나가"

임기중 대선 도전, 성공사례 없어 "지역민과 약속 깬 무책임한 행위"

다음 달 1일로 임기 반환점(2년)을 돌게 되는 시·도지사들이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 등판을 저울질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렇다고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으면서 본인 선전만 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여권(與圈)에서 4·13 총선 패배로 주요 대선 주자들이 상처를 입었고, 야권(野圈)에서도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외의 새로운 대안을 찾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행정 책임자들이 임기 절반도 안 채운 상황에서 중앙 정치에 촉각을 세우는 데 대해 우려 목소리도 높다.

조선일보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시종 충북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박영선 참좋은지방정부 공동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 원내대표, 윤장현 광주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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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대표적인 조기 등판 주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다. 남 지사는 26일 취임 2주년 언론 인터뷰에서 "4년 중임제에 국회 의석수에 따른 장관직 배분 개헌이 필요하다"며 또다시 개헌론을 주장했다. 그는 앞서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는 '천도(遷都)'를 주장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대선은 남이 꽃가마를 태워주거나 비전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대선 출마 여부는 "내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남 지사와 함께 새누리당 '소장파' 출신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제주 제2공항 유치, '카본 프리 아일랜드', 한라산 난개발 억제 등 자신의 도정(道政) 성과를 중앙 행정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틈날 때마다 이야기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오가는 일정이 부쩍 많아졌다. 김 시장은 지난달에만 서울대에서 두 차례 특강을 했고, 지난 21일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중앙부처 5급 신임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역시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이유로 도정을 등한시하지 않겠다"면서도 "내년 1월부터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조선일보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야권 시·도지사 중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으로 위축된 사이 보폭을 넓혀보겠다는 계산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터지자 잠시 중앙 정치 무대에서 발을 빼는 듯했다. 하지만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개헌론'을 다시 꺼냈다. 그는 "지방 분권·자치가 확대되고 후퇴한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사회적 경제적 기본권을 신설하는 미래지향적 '분권형 전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모인 더민주 소속 시·도지사 가운데 개헌 등 중앙 정치 관련 발언을 주도한 사람도 박 시장이었다.

이날 모임에 불참한 안희정 지사도 그동안 수차례 대선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했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취임 6주년 기자회견에서 "나는 보조 타이어가 아니다"라며 "나서야 할 때가 된다면 너무 늦지도 성급하지도 않게 결론 내리겠다"고 했다. "연말쯤이면 (대선 출마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 지사는 여권에서 반 총장이 후보가 될 경우 같은 충청 출신인 자신이 맞상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비밀 캠프'를 꾸려 대선 준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도 지사들의 '대선 러시'는 이번은 아니라도 차차기(次次期)를 대비해 미리 체급을 불려놓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제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도지사들이 너무 앞서나간다"는 지적이 많다. 역대 광역단체장 중 임기 중 대선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례는 없다. 1997년 당시 조순 서울시장과 이인제 경기지사가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2012년에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가 각각 대선에 도전했지만 모두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정치학)는 "개인적인 뜻을 펴겠다는데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정치 윤리 차원에서 4년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임기 중에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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