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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개밥 주기까지…환자에 허드렛일 시킨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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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환자들에게 청소나 세탁물 처리, 심지어 개밥 주는 일까지 수시로 시키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병원 측은 치료를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하는 환자들 말은 다릅니다.

화강윤 기자의 기동취재입니다.

<기자>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손에 무언가 무거운 것들을 들고나옵니다.

병실에서 나온 세탁물과 쓰레기봉투들입니다.

병원의 재단 이사장이 병원에서 기르는 개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도 다름 아닌, 입원 환자입니다.

[환자 : 아 힘에 부쳐요. 기운이 달려. 개가 기운이 좋으니까. (힘들어도) 해야지 어떻게 해….]

병실 청소와 배식도 환자들이 직접 하고 있었습니다.

치료와 보호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병원 경영진 : 절대 그런 거 없어요. 아유, 그런 거 없어요. 쓰레기도 다 용역 줬어요.]

라며 부인하던 병원 측은 녹화 영상을 제시하자,

[병원 경영진 : 자기 병동에서 산책하면서 직원들 나오니까 같이 들고 나오는 거지 저거는 환자 건강을 위해서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그냥 있으면 안 돼.]

라며 말을 바꿉니다.

병원 직원들은, 청소를 맡은 업체가 지난 2013년부터 이사장의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 바뀌면서 청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원 근무 보호사 : 그분들 같은 경우는 매일 나오는 게 아니라서, 안 나오시면 그때 하루는 청소하는 분이 없는 거예요. 그때는 환자들이 다 하는 거죠.]

80명이 수용된 1개 층에 일하는 사람이 2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정신보건법은 입원한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의료나 재활 목적이 아닌 노동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홍진표/서울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이런 노동들은 환자의 회복을 위해서 잘 계획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라기보다는 환자의 인권에 심각한 침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환자의 재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만 작업요법으로 인정하고 병원의 허드렛일을 환자에게 시키는 것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지웅, VJ : 이준영)

[화강윤 기자 hwak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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