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인터뷰> 주한영국대사 "브렉시트 후에도 한영관계 달라지지 않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 문제, EU 결정과 같은 방침 취할 것"

연합뉴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이 대사는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영국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당장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2016.6.25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이해아 기자 =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25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에도 한·영 양국은 "강력하고 번영하는 관계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을 아주 매력적인 투자처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국 국민의 결정을 '민주주의의 발휘'로 표현한 헤이 대사는 영국 경제, 한·영관계의 안정성을 인터뷰 내내 거듭 강조했다. 그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헤이 대사와의 일문일답.

-- 영국 국민들은 왜 EU 탈퇴를 선택했나. 브렉시트가 영국의 미래에 미칠 영향은.

▲ 이는 거대한 민주주의의 발휘였다고 먼저 밝히고 싶다. 투표율이 굉장히 높았다. 70%를 웃돌았는데 최근 몇 년간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말했듯, 영국 국민들의 의지가 존중됐고 이들은 EU를 떠나겠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미래 어느 시점에 영국이 더는 EU 회원국이 아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즉각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이르다. EU를 탈퇴하는 절차가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미지의 영토에 있다.

그러나 어떤 일도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탈퇴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 EU의 일원일 것이기 때문에 영국 경제나 EU와의 관계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르지만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한국과 (EU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협정은 효력이 유지될 것이다. 한·영관계에는 달라질 것이 없다.

-- 금융시장은 이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할 방안은.

▲ 알다시피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됐던 것이다. 당분간 극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안정화할 것이라고 본다.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치든 간에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불안정성이나 혼란(chaos)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 국민투표 이후 영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 새 총리가 어떤 정책적 우선순위를 지니든, 최상위에는 영국 경제의 번영과 안정성을 놓을 것이라고 본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투표로 불거진 사회적 분열은 어떻게 치유하나.

▲ 국민투표 과정에서 벌어진 논쟁은 영국이 다른 많은 나라처럼 세계화의 영향에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화의 비용과 혜택은 여러 사회집단에 서로 다르게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영국민 다수가 EU 안보다 바깥에서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우리는 분명 이를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영국이 가장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한·영관계에는 어떤 여파가 있을까.

▲ 우리는 한국과 강력한 교역·투자 관계를 맺고 싶다. 미래 일정 시점에는 새로운 (한·영) FT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전 EU와의 FTA는 당분간 효력이 계속될 것이다. 영국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을 아주 매력적인 투자처로 간주할 것이고 한국 기업들은 영국과 성공적인 교역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양국 교역관계의 긍정적인 요소는 모두 유지될 것이며, 일정 시점에 이를 뒷받침할 새 FTA를 갖는 것이다.

-- 양국 FTA 협상은 언제 시작되나.

▲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은 언젠가 EU에 탈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서 관계 재정립을 위한 2년간의 협상 기간이 있다. 이는 필요하면 연장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국은 어떤 법률을 개정하고 어떤 협정을 재협상할지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말하기 이르지만 당장은 아니다. 우리가 향후 몇 년(couple of years) 안에 새 FTA를 협상해야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 탈퇴협상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한·영 FTA를 맺지 못하면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 한국도, 영국도 관세를 재부과해야 하는 상황 귀결은 원치 않으리라고 본다. 기존 FTA 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 원만히 이행해 나가도록 최선의 길을 찾는 것은 한영 양국에 달렸다.

-- 영국 철수를 검토하는 한국 기업이 있다면.

▲ 어떤 한국 기업이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리한테 와서 같이 의논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서 영국이 다시 관세를 도입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계획이라면, 그런 상황은 솔직히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 EU 차원에서 시행하는 대북제재에 영향은.

▲ 영국 외교정책의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강력한 대북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늘 강하게 지지해 왔다. 물론 미래에는 EU의 공동 외교정책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 정책을 채택하겠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EU가 어떤 결정을 하든 기본적으로 같은 방침을 취할 것이라고 본다.

-- 브렉시트가 신(新)고립주의, 나아가 EU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 EU에 대한 영향은 EU 측에서 언급할 사항이다. 영국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개방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유럽 파트너들과는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우리가 지리적으로 옮겨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테러리즘, 기후변화, 개발 등 세계가 오늘날 직면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EU나 한국 등의 파트너와 계속 협력할 것이다. 평화유지활동(PKO),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에서 국제적으로 해오던 역할도 계속할 것이다.

-- 브렉시트를 이끈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민 문제다. 개선될 것으로 보나.

▲ 영국의 이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차기 정부에 달렸다. 여러 모델이 있지만, 무엇이 될지는 말하기가 이르다. EU 아래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지역에 더는 속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우리 이민 정책도 물론 달라질 것이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여러 논리가 있었다. 경제 관련 주장도 있었고 난민이나 주권 관련 주장도 있었다. 이를 모두 반영해서 장래 EU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하는 것은 새 영국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 한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 등 우방국과의 관계에서는 EU 밖에 있는 영국도 EU 안에 있는 영국과 아주 비슷할 것이다. 영국은 인권, 기후변화, 개발, 안보 문제에서 여전히 국제사회의 강력한 목소리로 남을 것이다. 언젠가는 기술적 측면에서 한·영 FTA 등을 다시 협상해야겠지만, 함께 노력한다면 양국 모두에 큰 이익이 되는 강력하고 번영하는 관계를 계속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kimhyo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브렉시트 국내 금융권 영향 촉각(CG)
[연합뉴스TV 제공]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