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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자식 하나 키우는데 3억~4억..그보다 값비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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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이다. 물론 물질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특히 직장맘들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해, 말아야 해 갈등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 두고 전업맘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욕망도 있지만 당장 회사를 그만 두면 아이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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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결혼 및 출산동향 조사에 따르면 아이 하나를 낳아 대학을 졸업시키는데 3억896만원이 든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6년간 8831만원, 대학 4년간 7709만원, 초등학교 6년간 7596만원이 든다. 이는 미국 중산층이 아이 하나를 낳아 키우는데 드는 양육비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2013년에 아이를 낳아 18세까지 키우는데 24만5340만달러, 한국 돈으로 2억8200여만원이 든다. 대학 4년 양육비를 합하면 3억5000여만원이 훌쩍 넘는다.

다만 미국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자녀 하나를 키우는데 드는 평균 양육비는 소득차에 따라 격차가 컸다. 미국 저소득층은 자녀 1인당 양육비가 17만6550달러, 미국 고소득층은 40만7820달러였다. 이같은 차이는 주로 주거비와 교육비에서 발생했다. 고소득층일수록 교육환경이 좋아 집값이 비싼 지역에 거주하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양육비 조사에서도 사교육비는 월평균 22만8000원으로 나타났는데 소득이 많을수록 이 사교육비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3억원이 넘는 돈이 드니 출산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4년 출산율 부진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44.3%가 출산 및 양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식이란 신비한 힘이 있어서 막상 낳고 나면 수억원이 들어도 좋으니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3년에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해를 버티는 힘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48.2%가 토끼 같은 자녀라고 답했다. 또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자녀를 위해 얼마를 쓰겠냐고 설문 조사한 결과 29.5%가 ‘수억원이 들어도 힘 닿는 데까지 하겠다’고 대답했고 38.9%는 ‘못해도 1억원은 기본’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런데 사춘기 중학생이 된 아들을 보니 자식을 키우는데 드는 수억원의 양육비는 그야말로 ‘껌값’이란 생각이 든다. 수억원이 적은 돈이란 말이 아니다.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고 열심히 하고자 하면 집을 팔고 은퇴자금을 다 긁어모아서라도 수억원의 돈이 아깝겠냐는 뜻이다. 문제는 ‘돈이 얼마가 들든 원하는 지원은 다 해줄께’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공부에 통 관심이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전혀 고민이나 계획이 없는 자식이다.

돈 들여 학원 보내봤자 빼먹고 친구들과 PC방에 갈게 뻔한데 학원비로 돈을 써야 하는지, 그렇다고 학원을 아예 안 보내고 내버려둬도 되는지 이래도 저래도 100% 만족이 되지 않는 차악의 선택일 뿐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을 보며 학원을 또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돈보다 사랑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자기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질풍노도의 중학생 아들을 사랑하기는 부모로서도 참으로 힘겨운 고행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기말고사 하루 전날까지 PC방을 전전하거나 돈이 없어 PC방을 못 가면 하루 종일 TV 앞에서 게임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 학원 가서 밥 사 먹으라고 카드를 줬더니 밤 10시30분에 학원과 멀찍이 떨어져 있는 지역의 24시간 무제한 고깃집에서 카드 결제됐다고 문자 알림을 오게 만드는 아이, 아침마다 학교 가라고 깨우면 온갖 짜증을 다 부리며 진을 빼는 아이, 시험 결과 반에서 중간은 했다며 큰소리치는 아이, 자는 척 하다 일어나 새벽 4~5시까지 PC든 휴대폰이든 게임을 하는 아이.

이런 점을 야단 치면 “그래서 어쩌라고”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를 보며 사도 바울이 성경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논하며 가장 먼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드는 3억원 이상의 돈보다 오래 참는 사랑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더 어려움을 느끼며 못난 모습이라도 지금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 사랑임을 아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권성희 부장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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