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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번엔 에어컨 기사 추락사…구의역 사망 사고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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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에 내몰린 비정규직

안전장비 신청 겨를 없이 작업

경향신문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가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도 높은 실적관리 속에 안전장비 하나 없이 일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량에는 찢어진 도시락 가방(사진)이 남아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24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성북센터 가전 애프터서비스(AS) 기사 진모씨(42)는 전날 월계동의 한 빌라 3층에서 혼자 안전장치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 난간, 실외기와 함께 떨어졌다. 진씨는 추락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일할 경우 사업주는 추락방지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는 일감이 몰리는 여름철 성수기에 AS 기사들이 고소작업대를 이용하거나 안전벨트를 이용한 안전조치를 하는지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고소작업대를 사용하려면 센터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자주 활용하기 어렵다”며 “안전벨트는 줄이 짧아 고리를 걸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진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성북센터 팀장은 “늦은 시간까지 1건이라도 절대적으로 처리” “외근 미결이 위험수위로 가고 있음. 처리가 매우 부진함” 등의 문자메시지를 기사들에게 발송하며 실적을 압박했다.

앞서 2015년 7월 경기 안산시에서 LG전자 AS 기사가 에어컨 실외기 작업 도중 추락해 사망했고, 2014년 8월엔 전북 장수에서 티브로드 케이블 설치 기사가 전봇대 작업 도중 추락해 숨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직영 기사들은 리콜 등 안전한 업무를 하고 위험 업무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넘어온다”며 “노조가 잘 조직된 센터에서는 조합원들이 위험 업무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인 도급기사들은 이를 거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김지환·허진무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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