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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설마 했다가 날아든 ‘블랙스완’… 亞ㆍ유럽 증시 ‘블랙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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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싲아 패닉

한국일보

24일 시간대별 원ㆍ달러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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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black-swan event!"(이건 블랙스완급 이벤트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ㆍBrexit)하기로 결정한 24일, 호주 멜버른 소재 IG마켓의 앵거스 니컬슨은 브렉시트 충격을 “블랙스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블랙스완은 발생 확률이 매우 낮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다. 이런 평가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오전 내내 널뛰기를 하던 국제금융시장에선 브렉시트 가결이 우세해지자 파운드화ㆍ증시가 폭락하는 등 곳곳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84포인트 오른 2,001.55로 상승 출발을 했다. 지난 16일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 피살로 여론이 급반전되면서 영국이 EU에 잔류할 거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가 투표를 마친 유권자 4,8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잔류 의견(52%)이 탈퇴(48%)보다 높게 나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증시 닛케이 255지수도 전일 대비 0.59% 오른 1만6,333.87에 출발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때까지만 해도 브렉시트 투표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영국 내 382개 선거구 중 269곳의 개표가 종료된 뒤 나온 중간 집계 결과 EU 탈퇴의견(51.6%)이 잔류(48.4%)보다 높게 나오고, 영국 방송(BBCㆍITV)에서 “브렉시트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었던 23일(현지시간) 1.4877달러로 마감한 파운드화 가치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24일 밤12시 25분 1.3240달러로 전날 종가보다 무려 11%나 폭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예상과 다른 결과에 지옥을 맛봐야 했다. 영국 BBC 방송 보도 이후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900선을 내주고 1,892.75까지 밀렸다. 전 거래일보다 1.16% 오른 687.40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 역시 급격히 하락폭을 키워, 이날 낮12시50분쯤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코스닥 선물가격과 현물지수가 각각 전날보다 6.52%, 6.60% 급락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 2월 12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일본 증시는 충격이 더 컸다.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선 닛케이 평균 선물 9월물이 장 중 한때 8% 급락한 1만4,840선까지 떨어지자 낮12시48분쯤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시켰다. 아시아보다 뒤늦게 개장한 유럽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24일 전 거래일 대비 7.7% 내린 5,849.41로 장을 시작했고, 독일 DAX지수도 전날보다 10% 떨어진 9,232.00로 출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를 어둡게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과거에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줄 만한 이벤트가 나오면 시장은 최대 10% 정도 흔들렸다”며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1,800선 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EU 회원국의 연쇄 이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브렉시트 여파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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