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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최악의 선거 캠페인에 두 동강난 영국… 혼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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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진영 증오심 자극·정치인 테러… 국론 두 동강 / 국민투표 제안서 탈퇴까지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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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 인생에서 가장 처절한 정치 캠페인이었다.”

일간 가디언은 1년1개월에 걸친 브렉시트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다. 브렉시트 논란 속에서 국론은 분열했다. 급기야는 유럽연합(EU) 잔류파인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피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영국은 지난해 5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총선 공약으로 영국의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하면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시 캐머런 총리는 보수당은 물론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 등이 EU 탈퇴를 주장하자 이를 달래기 위해 브렉시트 카드를 꺼내들었다.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선거 과정 내내 EU 잔류를 호소했지만 총선 당시만 해도 “영국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가 됐다”면서 브렉시트 찬성 입장을 밝혔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제안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고 보수당은 전체 의석 과반인 331석을 얻으며 총선에서 승리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조치와 관련해 EU 정상회의는 지난 2월18~19일 영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영국 달래기에 나섰다. EU는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 제한, 회원국 주권 강화, 유로화 비사용 국가에 대한 재정 부담 회피 등 캐머런 총리가 요청한 사안 대부분을 수용했다. 독일, 프랑스와 함께 EU를 지탱하고 있는 영국의 탈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EU 정상회의 직후 캐머런 총리는 6월23일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4월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각각 ‘탈퇴에 투표를’과 ‘EU 안에서 강한 영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다. 보수당 소속의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스타 정치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EU 탈퇴를 주장하며 캐머런 총리에 맞섰다.

실제 유고브 등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EU 탈퇴 여론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절대 열세였지만 올해 2월을 기점으로 지지세를 얻어 지난 5월부터 잔류 여론과 백중세를 이뤘고, 6월 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막바지에는 콕스 의원 피살사건을 계기로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국면이 출렁거렸다. 극우 인사의 테러로 드러난 이 사건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얼마나 분열돼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콕스 의원 사망 사건 이후에도 극우 영국독립당은 나치를 연상케 하는 EU 탈퇴 포스터를 제작했고, 이민자에 대한 대중의 증오심을 자극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은 극심한 정치 사회적 후유증을 겪을 전망이다. 브렉시트 여파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독립을 추진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영 연방체계가 위협받아 ‘리틀 잉글랜드’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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