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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걸프해에 배치된 美 함정, 어선에 발포… 4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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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어부들 탄 민간 어선 이란 쪽에서 오자 '테러' 의심… 과잉 대응 논란 일 듯

핵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걸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해군 함정이 16일 아랍에미리트 해안에서 경고를 무시한 채 접근해오던 소형 선박에 발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CNN이 보도했다. 총격을 받은 선박은 인도인 어부가 타고 있던 민간 어선으로 알려진 데다 1차 조사를 마친 두바이 경찰청장이 이날 미 해군의 공격이 실수였다고 밝혀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바레인에 주둔 중인 미 제5함대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오후 2시 50쯤 두바이의 제벨 알리항으로부터 약 16㎞ 떨어진 해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격을 받은 소형 선박은 미 함대의 급유선인 USNS 래퍼해녹호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 선박이 1.1㎞ 떨어진 해역까지 접근하자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 방송을 하고 경고 사격까지 했지만 멈추지 않자 래퍼해녹호의 보안팀이 50구경 기관총을 발사했다고 5함대는 밝혔다.

이날 사건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이후 미군이 인근 해역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미 해군은 이란 해양국경에서 멀지 않은 걸프 해상에서 소형 선박이 접근해오자 공격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그동안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 인근에서 소형 쾌속정을 이용해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 10월에는 예멘 아덴항에 급유를 위해 정박 중이던 USS 콜호에 폭탄을 실은 소형 선박이 돌진해 미 해군 병사 1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테러가 발생했었다.

하지만 이날 총격을 받은 선박은 3개의 모터가 달린 길이 9m의 어선이며 사상자는 모두 인도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또 이 배는 이 지역에서 어선으로 많이 쓰이는 종류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1차 조사 결과 어선은 평상시 항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고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면서 "(미 해군의) 사격은 분명한 실수"라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내셔널이 17일 보도했다. 타밈 청장은 "어선에 타고 있던 어민들은 미 해군으로부터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인도 외무부는 아랍에미리트 당국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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