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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독일은 지금 ‘보아텡 논란’으로 시끌… 메르켈까지 나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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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유명 축구선수인 제롬 보아텡 인종차별 논란으로 시끄럽다.

사건은 이탈리아 제과회사가 초콜릿 제품에 그의 어릴 적 사진을 판촉용으로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백인 어린이만 나오던 표지 모델로 유색 아동이 등장하자 독일 극우 단체가 벌떼같이 일어났다.

서울신문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이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들은 게시물에 “지금 장난하느냐”며 제과회사를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였다.

제과회사는 해당 아동은 보아텡의 어린 시절 사진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가나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아텡은 베를린 태생으로 전통의 명문 프로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땐 수비수로 독일의 역대 네 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PEGIDA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게시물은 사라졌다. 하지만 논란이 시끄러운 와중에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독일대안당)이 기름을 부었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독일대안당 부당수가 “사람들은 보아텡을 축구선수로 좋아하지만 그를 이웃으로 맞이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독일 주류사회의 시각으로 봐서는 망언이다. 여기저기서 폭격 수준의 공격이 뒤따랐다.

곧바로 가울란트 부당수는 “보아텡을 알지 못한다”며 신문에서 인용된 형태로 발언하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대안당 당수도 “유로 2016에서 보아텡의 활약을 기대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증폭됐다. 가울란트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이 가해졌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31일(현지시간) 만평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나이로비의 한 김나지움 교실에서 수업하는 흑인 교사와 흑인 학생의 모습을 가정했다. 교사가 칠판에 ‘원시인 가울란트’의 그림을 걸어놓은 채 ‘호모 가우란딘시스’라고 써놓고서는 “이들 원시인은 자신들을 사람들이라고 칭해요”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날 쥐트도이체차이퉁 만평은 독일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요아힘 뢰브를 등장시켰다. 그가 팀 유니폼의 새 로고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상정했다. 뢰브가 ‘인종주의 반대’라는 글이 새겨진 바탕에 가울란트가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엑스(X) 표시가 돼 있는 로고를 기자들에게 들어 보이는 그림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가세해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그는 “경멸스럽고 서글픈 언사”라며 힐난 행렬에 가세했다. 직접 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의 발언으로 소개해도 좋다며 밝힌 논평이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도 “독일에선 더는 가능하지 않은 행태”라고 비난하며 “가엽다”라고 촌평했다.

보아텡은 최근 슬로바키아 축구국가대표팀과 경기를 하면서 ‘보아텡을 이웃으로 반긴다’라는 관중들의 패러디 플래카드를 지켜봤다. 그런 뜨거운 연대와 응원에도 보아텡 역시도 경기 후 “솔직히 요즘 들리는 얘기는 슬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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