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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차茶경제] 밀양이냐 가덕도냐,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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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째깍째깍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테러 관련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바로 영남권 신공항 관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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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지역 갈등의 뇌관이자 정치권 지각변동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밀양이냐... 가덕도냐...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 전망 등을 문답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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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현재 파리공항공단이라는 외국 기관이 신공항 사업의 타당성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국 기관에 용역을 맡긴 것입니다. 신공항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입지는 어느 곳이 좋은지 평가를 해서, 다음 달 말쯤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발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후보 지역 간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후보지는 가덕도와 밀양인데, 부산은 가덕도를, 대구·경북, 경남, 울산 지역은 밀양을 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밀양 신공항을 주장하는 4개 지역 단체장들이 최근 밀양에서 모임을 가지면서 갈등이 표면화됐습니다. 이들은 부산이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을 동원해 조직적인 유치경쟁을 벌인다며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부산은 부산대로 이들 단체장 4명이 모여 공동입장을 발표한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여론전도 굉장히 뜨거운데, 해당 지역 언론들은 연일 왜 자기 지역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하는지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밀양과 가덕도 중 탈락한 지역의 반발이 자칫 사회문제로 폭발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SBS

A : 5년 전이죠, 2011년 백지화됐다가 다시 추진되는 것입니다.영남권 신공항 사업의 역사를 좀 살펴보면 처음 거론된 게 24년 전인 1992년, 부산시 도시기본계획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2년 중국민항기의 김해공항 추락사고 이후 김해공항 안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죠. 비행기가 착륙 중에 주변 산에 추락했고 120 여명이 숨졌습니다. 김해공항 활주로 북쪽에는 신어산과 돛대산, 이렇게 두 개의 산이 있는데 비행기 이착륙을 위험하게 하는 고정 장애물입니다. 신공항 추진이 구체화된건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검토를 지시하면서부터입니다. 밀양과 가덕도로 후보지가 나뉘면서 유치경쟁이 과열됐습니다.

갈등도 극에 달하면서 결국 정부는 2011년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신공항 사업 자체를 백지화했습니다. 사업비 같은 이유를 내걸었지만 과열된 유치 경쟁이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꺼진 것처럼 보인 신공항 사업은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신공항 건설 공약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이후 사업이 재추진돼 현재 사전 타당성 조사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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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먼저 부산 입장부터 보면 "신공항을 내주면 김해공항도 잃는다" 이게 부산지역 한 신문사의 기사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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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민심을 보여주는 기사죠. 안전 문제 때문에 김해공항을 옮기자는 건데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면서 김해공항을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는 거죠. 노선이나 항공수요를 밀양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라도 김해공항의 폐쇄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결국 한 해 이용객 천2백만 명이 넘는 김해공항을 그대로 뺏기게 되는 거다. 이렇게 부산에서는 보고 있는 것이죠.

신공항 사업을 부산에서 먼저 추진했는데 다른 지역에서 끼어들어 ?앗으려 한다는 정서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구·경북에서는 그동안 지역 현안이었던 군사공항 K2의 이전과 민간공항 동시 이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대구 지역 도심 소음문제를 해결하고, 이전 부지 개발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남과 울산에서도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해묵은 지역감정도 보태졌는데 1995년 위천산업단지 조성 작업이 상수도 오염을 지적한 부산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이번에도 부산에 신공항을 뺏길수 없다. 이런 지역 정서까지 유치 경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SBS

A : 가덕도는 안전성, 밀양은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가 주변의 산이라는 고정 장애물 때문인 만큼 가덕도 해안 일부를 매립해 장애물이 없는 해안공항을 만들자는 게 가덕도 신공항론의 근거입니다. 24시간 가동할 수 있고 항공수요가 늘어나면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밀양의 장점은 접근성으로 영남권 5개 시·도의 주요도시에서 1시간 이내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영남권 전체 지역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단점도 제기되고 있는데 우선 밀양의 장점이 가덕도에게는 단점이 됩니다. 영남권 전체 주민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통망을 추가 건설할 경우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습니다. 태풍과 같은 기상 상황과 연약지반에 따른 지반침하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밀양은 무엇보다 주변 산을 깎아야 하는 자연환경 훼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5년 전 입지평가 때도 27개의 산봉우리를 절토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주변에 민가가 있어서 소음피해로 24시간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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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지역 민심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장 때문입니다. 총선에서 지역 민심을 얻으려고 신공항 이슈를 내세운 게 지역 의원들의 발목을 잡는 면도 있습니다.

우선 여권 내의 갈등 요인이 큰데요. 4·13총선 이후 가뜩이나 내부 상황이 안좋은 새누리당인데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친박과 비박 간 계파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밀양을 밀고 있는 대구·경북은 친박의 텃밭이나 다름없고 울산 지역 의원들도 대부분 친박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경남의 새누리당 의원 12명 중 절반이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가덕도를 밀고 있는 부산은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비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돼 있는데 신공항을 뺏길 경우 지역 여론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은 다른 계파 의원들과의 경쟁인 만큼 해당 의원들 간에도 유치 싸움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야권도 복잡한 상황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총선 선거운동을 위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에서 국회의원 5명만 뽑아준다면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부산에서 한 말이니까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준다는 말인데 공교롭게도 부산에서 더민주당 의원 5명이 당선됐습니다.

더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위치로 볼 때 이 약속은 무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스타 정치인인 대구 김부겸 당선자가 밀양 신공항은 대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반대 입장이어서 당의 입장을 정하기가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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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일부에서는 그런 전망도 내놓을 정도로 심각한 대립상황입니다. 5년 전에도 사실 이런 과열된 유치경쟁 때문에 백지화된 측면이 컸는데 이번에 또 다시 같은 결론을 내는 건 정부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양측의 비난여론에 모두 직면할 수 있는 거죠.신공항 입지를 확정한다면 확정하는대로, 미루면 미루는 대로 어쨌든 정부의 부담은 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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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당시 사업을 백지화는 시켰지만 과열 유치 경쟁의 파장 때문이지 신공항의 필요성이 없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다시 제기될 문제였고 결국은 재추진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후보 지역을 그대로 후보로 다시 붙인 것입니다. 바뀐건 딱 두 가지입니다. 이해 당사자인 5개 시도가 지나친 유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객관성을 기한다고 외국기관에 검토 용역을 맡긴 것 이렇게 두가지입니다.

하지만 지자체간 합의는결국 서로에 대한 비난 공세로 깨졌고, 또 외국기관에 검토용역을 줬다지만 결국 정책 결정은 정부 몫입니다.

떨어진 지역에서는 정부 결정에 반발할 것입니다.이제 후보지 발표까지 한달 정도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에라도 지자체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할 수 있는 묘수를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논설위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안준석

[차병준 기자 cb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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