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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4만명 늘어난 비정규직 ‘여성이거나 고령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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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8000명·여성 13만6000명 ‘60대 이상 여성’ 증가율 최고, 1년 새 전체 615만6000명으로

정규직과 임금 격차 더 벌어져… 월 151만원으로 132만원 적어

방호원복 차림의 50대 남성이 안내데스크에 앉은 20대 여성에게 물었다. “아직 젊은데 다른 일 찾아봐야 하지 않겠어. 젊은 사람이 오래 할 일은 아니잖아.” 20대 여성이 답했다. “이것 저것 준비하는데 통 자리가 없네요. 연말에 용역업체 바뀌면 계속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쓰레기통을 끌고 오던 60대 여성이 끼어들었다. “해 넘길 때마다 업체들이 바뀌면서 시끄러워. 아가씨는 공부 열심히 해서 사람 대접 해주는 데로 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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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의 방호원과 민원인 안내원, 그리고 환경미화원들 간의 대화다. 이들에겐 ‘2년짜리 직장’에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세종청사의 특수경비원·안내원·미화원·조경사는 모두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늘어난 여성 임금노동자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았다.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계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6년 3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보면 올 3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는 61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4000명(2.4%) 늘었다. 여성과 50대 이상 중·고령층에서 비정규직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남성 비정규직은 275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0.7% 늘어난 반면, 여성은 325만9000명으로 2.6% 증가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2.0%로 1년 전과 동일했다.

지난해 늘어난 남성 전체 임금노동자 16만3000명 중 정규직은 15만5000명, 비정규직은 80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늘어난 여성 임금노동자 27만1000명 중 정규직은 13만4000명, 비정규직은 13만6000명으로 비정규직이 더 많았다.

남녀 구분 없이 비정규직 증가율은 고령층으로 갈수록 심해진다. 비정규직을 성별·연령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낸 것은 17.5% 증가한 60대 이상 여성(68만명)이다. 60대 이상 남성(65만8000명)도 7.4% 늘었다. 남녀 전체로도 60세 이상은 12.3% 늘어 가장 증가폭이 컸다.

기간을 늘리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2011년 3월과 비교했을 때 30대 남성 비정규직이 30%, 40대 남성 비정규직이 11%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여성과 남성 비정규직은 각각 75%, 43% 늘었다. 20대, 30대 여성은 각각 0.5%, 6.5%씩 줄어 큰 변화가 없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1~3월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51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만4000원(3%) 늘었으나, 정규직 노동자의 283만6000원보다 132만5000원 적었다.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13년 112만1000원, 2014년 114만2000원, 지난해 124만6000원 등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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