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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북으로 가는 길…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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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피오르·거친 북해…두렵고도 아름답다

하늘과 맞닿은 검붉은 북해는 듣던 대로 신비하고, 빙하가 날카롭게 긁어낸 피오르(fjord)는 장엄했다. 높은 산들은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잔잔한 호숫가의 초록 들판에는 야생화가 덮여 있었다. 유럽의 최북단 노르웨이는 자연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했다. 실제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노르웨이 국토의 80%는 호수와 빙하, 암석과 산 등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이다.

경향신문

유럽의 최북단 노르웨이의 자연은 두렵고도 경이롭다. 국토의 대부분이 빙하가 빚어낸 깊은 협곡과 눈 덮인 산, 맑은 호수 등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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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반이 북극권에 속한다. ‘노르웨이(Norway)’는 바이킹 시대(8~11세기)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등줄기 같은 해안선 길이는 무려 2만5148㎞에 이른다. 노르웨이인들은 눈보라와 폭풍을 뚫고 길고 긴 여정 끝에 이 척박한 곳에 정착했다. 노르웨이 여정은 그래서 순례길을 닮았다. 짧은 여정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두려운 자연, 그리고 행복한 사람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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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의 나라-노르웨이 남서부

노르웨이 서쪽 해안의 ‘피오르’는 상상만 해도 설레는 광경이다. 빙하가 녹아내리며 해안을 거침없이 할퀴고 간 자리에 바다가 파고들어 U자형을 이룬 깊고 깊은 협곡.

시인이자 화가인 임의진씨가 선곡한 <노르웨이 길>이라는 CD 음반을 수차례 반복해 들었다. 잔잔한 듯하면서도 강렬한 음악이 가슴을 두드린다.

여정은 ‘피오르의 수도’로 불리는 베르겐(Bergen)에서 시작했다. 목적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송네 피오르(Songefjord). 길이가 204㎞로 피오르 중에서 가장 길고, 깊이가 1309m로 가장 깊은 협곡이다. 해발 1700m가 넘는 설산이 마주 보고 서 있다. 깎아지른 절벽에 울긋불긋 아담하게 자리 잡은 집들이 아름답다. 산을 파거나 땅을 밀지 않고 지형에 맞춰 지은 듯했다. 자연에 순응하는 노르웨이인들의 삶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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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의 도시’로 불리는 베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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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협곡으로 느리게 빨려들어 가다 보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진흙과 이끼를 암벽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것 같은 괴석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산 정상의 눈이 녹아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한 두개가 아니다. 폭포가 하도 많아 이름조차 없는 것도 수두룩하다. 산에 걸린 해무에 넋을 놓고 있을 때쯤 무지개가 얼굴을 내밀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과연 신의 세계일까 인간계일까,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 곳에 머물다간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없이 빠져들 것만 같다.

피오르는 높고 깊을 뿐만 아니라 넓고 웅장했다. 가슴이 트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빙하폭포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떨어진다. 이런 장관은 처음이다. ‘노르웨이의 밥 딜런’으로 불리는 손드레 블라트란드(Sondre Bratland)의 중저음의 노래가 흐르는데 풍경과 정말 잘 어울린다.

피오르를 조금 더 깊이 보기 위해 아담한 마을 플롬(Flam)에서 산악열차 ‘플롬바나(Flamsbana)’를 탔다. 운행 구간의 80%가 경사 55도란다. 열차는 곡예를 하듯 구불구불 절벽을 잘도 올랐다. 험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20㎞ 철길을 달리는데 1시간가량 걸린다. 좌석은 있으나마나다. 풍경에 반해 이쪽저쪽 창가로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느라 엉덩이를 붙일 수가 없다.

30분쯤 오르자 93m 높이의 폭포 앞에서 “5분 동안 하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과 협곡이 한눈에 들어왔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았던 장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플롬에서 해발 863m의 뮈르달까지 가파른 협곡을 따라 21개의 터널을 지났다. 피오르는 노르웨이의 영혼이자 생명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극권의 나라-노르웨이 북서부

노르웨이 바다는 진초록이다 못해 검붉은 기운이 감돈다. 북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보되(Bodø) 항구를 출발했다. 선장이 우주복처럼 큼지막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항구에서 얼핏 봐도 물살이 꽤 세다. 바다로 나가자 구명보트 크기의 작은 배로 갈아타라고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바다를 이 작은 배에 의지해 구경한다고? 그것도 앉지도 못하고 서서 달린다니 겁이 덜컥 났다.

‘쾅, 쾅, 쾅’. 배는 북극 바다를 ‘날기’ 시작했다. 떡방아를 찧듯 10분쯤 가자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책바위가 나왔다. 배가 천천히 암벽으로 다가섰다. 바위들 생김새가 시퍼런 칼날이 누워있는 듯도 하고 날카롭게 서 있는 듯도 하다. 신비롭다는 말 밖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잘츠라우멘’ 해역에 이르자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급류 때문이다. 두 섬 사이의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생겨난 해류를 지나는데 뼛속까지 출렁였다. 자연의 격렬한 소용돌이에 ‘육중한 인간’은 속절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저만치서 바다낚시를 하던 관광객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내 급류를 빠져나온 것이다.

보되에서 더 북쪽으로 향했다. 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로포텐제도(Lofoten Islands)로 가기 위해서다. 6시간을 걸려 로포텐 항구도시 스볼베르에 도착했다.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대낮처럼 환했다. 백야다. 새벽 3시 북유럽의 상징인 뾰족지붕들이 어스름 달빛에 흔들릴 때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선 ‘대충 찍어도 예술작품’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다시 북해로 나갔다. 저 멀리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들이 바다 위에 떠있는 섬처럼 보였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과 가파른 언덕에 올망졸망 모여있는 집들이 참 예쁘다.

북해는 바이킹의 역사를 만든 대구 어장이다. 두 팔을 벌릴 만큼 큰놈들이 잡힌다. 독수리 한마리가 순식간에 바다로 수직 강하하더니 먹이로 던져준 고등어를 잽싸게 낚아챘다.

노르웨이는 그렇게 바다와 협곡과 설산과 빙하와 어우러져 인간이 품을 수 있는 행복을 모두 보듬고 있었다.

▲여행 길잡이

6월 말부터 직항 전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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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과 협곡을 달리는 산악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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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와 베르겐을 여행할 때는 시티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패스 하나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박물관, 미술관 등도 입장이 가능하다. 오슬로 패스는 24시간에 335크로네(www.visitoslo.com), 베르겐 패스는 24시간에 242크로네다.(visitBergen.com)

■인천에서 오슬로까지 가는 정규 직항편은 없다. 하지만 휴가시즌이 시작되는 6월 말부터 대한항공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한다. 오슬로행 대한항공 전세기 운항 날짜는 6월24일, 7월 1, 8, 15, 22, 29일 등 총 6회다. 시차는 한국보다 8시간이 늦지만 서머타임 실시 기간인 3월 마지막 일요일에서 9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7시간이 늦다. 노르웨이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3-6428.

■피오르의 명물인 산악열차(플롬~뮈르달)는 1944년 완공했다. 열차는 플롬역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오후 6시40분까지 10편이 운행된다. 왕복 2시간 걸린다.

■통화는 크로네(nok)다. EU 가입국이 아니어서 유로화는 쓸 수 없다. 물가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싸다. 전기는 220V. 국내 가전제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송네 피오르로 여행을 갈 때는 유서 깊은 호텔 크비크네스 호텔(www.kvikness.com)에 머물 수 있다. 1박에 25만원 정도 한다. 노르웨이는 대구와 연어요리가 유명한데 오슬로에 머물 경우 마탈렌오슬로(mathallenoslo.no)에 들르면 노르웨이 전통 음식도 맛보고 해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


<플롬·로포텐(노르웨이)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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